툼레이더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툼레이더 시리즈가 안젤리나 졸리를 월드스타로 만들어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툼레이더 하면 안젤리나 졸리이고, 안젤리나 졸리하면 툼레이더라는 관계가 성립되어 버렸다. 이 관객들의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깨보겠다고 나온 작품이 있으니, 바로 이번에 리붓된 툼레이더이다. 그 고정관념을 깰 새로운 라라는 최근 제대로 떠오르고 있는 알리시아 비칸데르Alicia Vikander가 맡았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안젤리나 졸리의 그림자가 너무나 짙게 드리우고 있는 작품이라 누가 맡아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역할이었는데,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이미지는 안젤리나 졸리와 비교하면 상반된다고 할 수 있다. 안젤리나 졸리가 연기한 라라는 왠만한 남자라도 떼려 눕힐 수 있는 강인함이 느껴진다면 새로운 라라가 된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이미지는 갸냘프기 짝이 없어서 오히려 보호를 받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역시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겠지만, 난 이 캐스팅이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안젤리나 졸리와 같은 이미지의 누군가를 데려와 바야 안젤리나 졸리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반면,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뭔가 부족해 보이고 약해 보이지만 그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앞을 막아서는 장애물들을 하나하나 극복하는 모습은 나도 모르게 응원을 하게 만든다. 이제 새로운 라라의 시대이다. 물론, 이건 나의 알리시아 비칸데르에 대한 팬심이 강력하게 묻어 있는 해석이다. 다들 안젤리나 졸리를 그리워 하는 거 다 알고 있다.

캐릭터에 대한 논란을 차치하고 나면, 어드벤쳐 장르에서 관객들이 기대하는 바를 꽤 잘 수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특히나 아슬아슬한 액션은 꽤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데, 오래전에 추락한 비행기 선체에서의 곡예가 압권이었다. 이것 역시, 내가 알리시아 비칸데르에게 심각하게 감정이입된 상태에서 봤기 때문에 더욱 긴장을 했던 것일 지도 모르겠다.

흥행이 잘 될 지는 모르겠으나, 쉽지 않게 결정했을 툼레이더의 리붓이니 앞으로도 시리즈로 계속 나올 듯하고, 난 열심히 새로운 라라를 응원할 예정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