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핀』 이강영

『스핀』은 제목만 보면 양자역학에 대한 원리를 설명하는 책인 것같지만, 실상은 볼프강 파울리를 중심으로한 현대물리학사를 다룬 책이다. 그래서, 종종 이해하기 어려우면서도 간결해 보이는 공식들이 독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기는 하지만, 난이도가 높은 책은 아니다. 다만, 그래서 이 책으로 양자역학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도를 높이고자 한다면 도움이 안될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도 뭔가 양자역학/양자물리학을 심도있게 이해하고자 이 책을 선택한 것이었으나, 양자역학 자체를 설명하는 책은 아니기 때문에 다소간 실망을 하였다. 다만, 이해하지 못한 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던 스핀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상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는 했다. 생각해보니 양자역학을 단행본 몇 권 읽어서 이해하려고 한 것 자체가 오만한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대중들에게 물리학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아인슈타인이나 뉴턴이겠지만, 물리학계에는 세상에 알려지지는 않은 훌륭한 물리학자들이 많다. 그들의 공헌과 능력이 결코 아인슈타인이나 뉴턴에 뒤지지 않는다. 유명세라는 것은 타이밍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고, 그 유명세를 유지하는 것은 연구와는 별개의 능력이다. 펀딩에는 도움이 될테니 포괄적으로 연구 능력에 포함되야 할 지도 모르겠다. ㅎㅎㅎ

『스핀』에서는 볼프강 파울리Wolfgang Ernst Pauli가 그 주인공이다. 저자의 아버지 지인이 독일 유학시절에 볼프강 파울리의 제자였던 인연이 있었다고 소개를 하는데, 아버지도 아니고 아버지의 지인까지 인연으로서 소개하는 것은 무리수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학계의 관행인지는 내가 알 수 없기에 일반인의 시선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책 제목이 스핀이니 스핀에 대해서 논하고 싶으나, 책을 읽기 전에도, 읽은 후에도 도대체 스핀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였기에, 그저 전자는 1/2 스피너라는 것만 언급하는 것으로 갈음하려고 한다. 스핀이 1이라는 것은 한바뀌 돌았을 때 원래의 상태가 되는 것을 말하는데, 스핀이 1/2이라면 두바퀴를 돌아야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이것이 3차원공간이 아니라 시공간까지 더한 4차원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하는 문제라 이해하는 것도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역시, 그저 그런 것이 있구나라고 받아 들이려고 한다. 예전에도 언급했지만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내가 양자역학을 조금씩이라도 이해하는 방식이다.

예전 『원자폭탄 만들기』라는 책을 읽을 때도 느끼는 것이었지만, 물리학의 발전이 대부분 근대 또는 현대에 이루어 졌기 때문에 물리학사를 다루는 대부분의 책들은 제2차 세계대전의 시기를 피해갈 수가 없다. 그리고, 당시 물리학이 가장 발전한 국가 중의 하나였던 독일에서는 많은 물리학자가 망명을 떠난다. 대부분의 망명지는 미국이었다. 『스핀』에서도 그러한 내용이 나온다. 역사에서 가정이라는 것이 참 쓸데없긴 하지만, 만약 히틀러의 프로파간다가 먹히지 않고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독일의 위상은 어느 정도 였을 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지금도 엄청난데...

『원자폭탄 만들기』라는 책을 읽을 때도 핵반응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시작했으나, 알고 보니 물리학사에 관한 책이었고, 이번 『스핀』도 양자역학/양자물리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읽기 시작했는데 알고보니 물리학사에 관한 책이었다. 본의 아니게 물리학사에 관한 책을 두 권이나 읽게 된 셈이다. 추측컨데, 물리학사를 다룬 책이 워낙에 팔리지 않으니 물리학사를 다루었다는 것을 최대한 숨기고 뭔가 신선한 물리학적 지식을 다루고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마케팅 전략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그 전략에 두번이나 당했다는 생각이 들어 좀 화가 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