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음식에는 과학이 있다』 이준, 윤정한, 이기원

『맛있는 음식에는 과학이 있다』는 인류가 즐겨온 음식들에 관하여 그 유례를 알아보고 다소간의 과학적인 원리를 담아서 설명한 책이다. 다루고 있는 음식은 크게 초콜릿, 아이스크림, 요거트, 치즈, 맥주, 탄산수와 탄산음료, 차, 그리고 커피이다. 나열하고 보니 주로 필수적으로 먹는 음식보다는 디저트나 에피타이져 같은 느끼이 드는 것들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받아보는 순간 책의 물리적인 크기에 당황했다.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너무 얇아서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책이 아니라 월간 잡지 별책부록 정도의 느낌이었다. 책의 분량 자체가 그리 많지 않음에도 이렇게 다양한 음식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한 가지 음식을 깊게 파고들어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웠고, 그저, 본격적으로 뭔가 알아보기 전에 가볍게 훓어 보기 위하여 읽는 입문서 정도가 아닐까 한다. 요즘은 굳이 이런 얇은 책으로 입문을 하기 보다는 인터넷을 뒤져 보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굳이 책이라는 미디어로 보고 싶다는 이 책이 적합할 것이다.

입문서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모르는 내용이 꽤나 많았는데, 초콜릿을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초콜릿에 대해서 참 모르고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초콜릿에 대해서 몰라도 맛있게 먹으면 되는 것이긴 하지만, 알고 먹으면 먹으면서 이야기꺼리도 있고 나쁘진 않다. 초콜릿 만드는 과정을 쉽게 설명해주는 것은 이 책의 장점 중 하나이다. 카카오 원두가 우리가 먹는 초콜릿이 되기 까지는 채취-발효-건조-로스팅-분쇄-배합-콘칭 이라는 복잡한 공정을 거친다고 한다. 커피원두가 커피가 되는 과정과 꽤나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이트 초콜릿에 대한 진실도 알게 되었는데, 화이트 초콜릿에는 초콜릿 원액이 들어 있지 않다고 한다. 앞서 설명한 분쇄 과정을 통해서 압착을 하면 로스팅된 코코아닙스에서 초콜릿 원액과 코코아 버터가 생성되는데, 알반적으로 이 두 물질을 혼합하여 최종적으로 초콜릿이 만들어지지만, 화이트 초콜릿은 코코아 버터만을 사용한다는 뜻이다. 코코아 버터도 카카오 원두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화이트 초콜릿은 초콜릿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고 한다.

초콜릿 이외의 내용들은 내가 관심이 크게 없거나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어서 잡지 읽듯이 빠르게 읽어 나갔다. 처음에는 얇은 두께에 다소 실망을 하였으나, 초콜릿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