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플레이어 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가 만든 영화라고 하였을 때, 딱히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스필버그는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오른 감독이지만, 근래에 제작된 그의 작품들이 내 취향에는 그다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을 보러 극장에 간 것은 순전히 사이버 세상을 어떻게 영화로 잘 표현했는지 확인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이런 류의 영화들은 내 취향에는 맞아도 다른 국내 관객들의 취향에 어울리지는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고 간 것은 아니었는데, 나름 동네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가장 큰 상영관에 걸려 있어서 다소 놀랐고, 영화를 보고 나온 후에는 큰 상영관이 잡힌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 비슷한 영화가 있었다. 픽셀Pixels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었던가! 게임과 실제 세상이 믹스되어 펼쳐 지는 영화는 게임을 좋아했던 관객들에게나 어필할 수 있지, 일반적인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기에는 게임이 그다지 매력적인 소재는 아니다. 그런 관점에서 내가 레디 플레이어 원에 대한 기대감을 그리 크게 갖지 않았던 것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조금 다르다. 게임이라는 소재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염연히 말해서 오아시스라는 가상의 공간에 접속한다는 점에서 조금 더 현실적인 영화이다. 아마도 이러한 측면이 일반적인 관객들까지 포섭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오아시스에 접속하는 방법도 VR기기라는 점이 현실에 발붙이고 사는 관객들에게도 비교적 현실성있게 다가오는 듯하다.

그 다른 점만 제외하면 게임을 소재로 한 다른 영화와 크게 차별화 되는 점을 찾을 수는 없다. 세상에서 괄시 받던 너드들이 세상을 구한다는 이야기다. 다만, 여기에 스필버그는 너드들에게 제발 사이버 세상 말고 현실에서도 진지하게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볼거리가 많아서 일반 관객들도 즐겁고, 너드라면 더욱 즐거울 영화다. 난 너드라 꽤 재미있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