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마통

카카오뱅크에 계좌를 개설한 것은 작년 8월경이지만, 여전히 카카오뱅크가 내 금융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대부분의 은행 업무는 기존 은행에서 처리하고 있고, 대출 또한 기존의 은행에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현금인출 목적으로 카카오뱅크의 체크카드를 하는 정도이고, 그 외에 세이프박스라는 이름으로 그리 많지 않은 단기 유동성 자금을 CMA 금리 정도로 주는 상품(?)이 있어서 월급을 받은 이후 카드값이 빠져나가기 전에 이 세이프박스로 옮겨 놓았다가 카드대금 청구일에 다시 가져다 놓는 부지런을 떨기도 한다. 그런데, 이제 실질적으로 카카오뱅크가 나의 주거래 은행이 될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이너스 통장을 만든 것이다.

지난 달 카카오뱅크의 마이너스 대출을 시도해보긴 했는데, 직장근속연수 부족 등으로 실패한 바 있다. 작년에 스타트업에 들어갔다가 3개월만에 나온 후에 다시 직장을 잡은 것이 이유일 것이다. 여전히 현 직장에서의 근속연수가 4개월여에 불과하지만, 직전 직장의 근속연수와 합쳐서 6개월이면 가능하다는 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월급이 입금되고 건강보험 공단의 전산 자료를 확인한 이후 안전하게 며칠 더 지난 타이밍에서 다시 시도를 해보았고, 마침내 마이너스 대출에 성공하였다.

다른 은행에도 대출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으나, 실제로 한도가 5백만원밖에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 좀 실망을 하였다. 연봉의 160%까지라는 이야기를 듣기는 하였는데, 근속연수가 부족하여 차감을 당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금리는 3.85%로 내가 다른 은행에서 제시받은 금리보다 유리하긴 하지만, 타은행에서 대출을 받았을 시점에는 프리랜서로 일할 때라 지금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같다. 뉴스에서 카카오뱅크의 대출금리가 일반 은행과 점점 비슷해져 간다는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 다른 은행에서는 현시점에 대출을 받으면 어느 정도가 나올 지 궁금하긴 하다.

마이너스 대출은 연봉 수준과 상관없이 3천만원이 최대치인 듯하다. 카카오뱅크 입장에서 사용자들이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 놓고 쓰지 않으면 BIS 비율만 낮아지고 수익을 거둘 수가 없는 상황 때문에 막아 놓은 것이라 추측된다. 따라서, 3천만원 이상의 대출이 필요하다면 일반대출로 신청을 해야 한다.

아마도 이 마이너스 대출을 이용하여 대환을 시도해볼 예정인데, 대환 후 대환한 금액만큼 추가대출을 받을 수 있는 지 확인해볼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일반 은행일 경우 타은행 대환용으로 대출을 받는다고 하면 그냥 직원이 따라가거나 해서 처리를 해준다고 하는데, 인터넷은행은 그런 일을 할 직원을 따로 배정하는 것이 마땅치 않아서 그런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는 점이 단점이라면 단점일 것이다.

마이너스 대출을 받으니 한도계좌였던 것이 바로 풀려서 비교적 자유롭게 출금이 가능해졌다. 이제부터는 월급을 받으면 통째로 카카오뱅크로 옮겨서 세이프박스에 넣어 두고 조금씩 빼서 써야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