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냉면과 왕만두 @수락이오냉면

수락산역 근처에서 식사를 할 때는 알아 놓은 몇 군데만 가고 맛집 탐방에 소홀했는데, 오랜만에 새로운 맛집을 하나 찾아서 방문해 보았다. 수락이오냉면이라는 곳이다. 수락산역과 비교적 거리가 있고, 주택가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어서 입지가 그리 좋다고 볼 수는 없으나, 방송을 타서인지 가서 보니 웨이팅이 있을 정도였다. 냉면을 줄서서 먹는 경험은 처음이다. 그것도 도심이 아니라 범동네권에 이런 곳이 있다니...

웨이팅이 내 앞에 일곱 그룹이나 있었으나 꽤 빠른 테이블 회전율로 인하여 10여분 정도 기다리니 차례가 돌아 왔다. 실내의 분위기가 정통 냉면집보다는 분식집에 가까웠는데, 그래서인지 음식값도 선불이었다. 점심에 집에서 비빔국수를 먹어서 그냥 만두만 주문하려고 했으나, 주변에서 다들 비빔냉면을 먹고 있는 것을 보고는 결국 무리를 해서 비빔냉면도 주문을 하였다. 다 먹을 수 있을 지 다소 걱정이 되었지만, 줄까지 서서 기다린 곳인데 냉면 맛을 봐야 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기 때문이다.

얼마 안있어 왕만두와 냉면이 서빙되었다. 만두 일곱개가 나오는데 냉면의 사이드메뉴보다는 메인메뉴라고 해도 충분할 수준의 양이었던 반면 비빔냉면의 경우 곱배기로 주문하지 않을 경우 다소 부족한 양이었다. 실제로 메뉴의 가격도 만두쪽이 좀 더 비싸다.

비빔냉면의 면은 함흥냉면보다는 평양냉면의 스타일에 좀 더 가까워 보였다. 가위를 제공해 주었으나, 굳이 가위가 필요없을 정도로 부드럽게 끊을 수 있었다. 다대기가 덩어리져 있는 것이 보였는데 그 정체를 알 수는 없었으나 양념이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난 매운 것을 잘 못먹는 편이라 양념을 조금 덜어낸 후 먹었더니 맵기의 정도가 적당했다. 일반적인 비빔냉면보다는 물이 많았는데, 맛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왕만두는 두부의 비율이 높아 보였지만, 고기와 야채와 함께 실하게 속을 채웠기 때문에 이 역시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만두는 맛있는 만두와 정말 맛있는 만두로 나뉜다는 우스개소리가 있는데, 수락이오냉면의 왕만두는 그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비빔냉면과 만두의 조합은 꽤나 강렬하기에 왠만해서는 실패하지 않는다. 다만, 이 뜻은 차별화하기도 힘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두 메뉴 모두 만족스러웠으나, 수락이오냉면의 비빔냉면과 왕만두 또한 그러한 특징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다른 손님이 나가면서 맛있지만 줄서서 먹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투덜거리며 떠났는데, 아마도 대부분의 손님들이 그러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비빔냉면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집에서 좀 멀긴 하지만) 동네사람으로서 당연히 반가운 일이다.

내부에 여러 방송사들이 다녀간 흔적들이 보였는데, 특히나 사장님과 아이유가 함께 찍은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방송사에 네트워크가 있지 않나 싶다. 서울 변두리의 허름한 냉면집이 이렇게 방송을 타게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