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

추석 연휴라 한국영화들이 개봉관을 점령하며 득세하고 있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이 나 또한 한국영화들 중에서 그럭저럭 호기심이 생기는 영화를 골라서 극장을 찾았는데, 그 첫번째가 명당이었다. 딱히 풍수지리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예전에 관상을 재미있게 봐서 그 정도의 재미는 줄 것 같았고, 조승우와 지성으로 이어지는 캐스팅이 어느 정도의 흥행도 보장해주는 수준은 될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 꽤 재미있는 영화였다. 일반적으로 추석에는 매우 단순한 플롯의 코믹영화로 가족 관객까지 포섭하려는 경향이 강했는데, 명당은 선악이 모호하고 조금 복잡한 전개를 이어나간다. 각자 자신의 욕망을 숨기며 결정적인 순간에 그 욕망을 드러낸다. 물론, 역사가 곧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기 마련인 사극이지만, 약간의 픽션이 조미료처럼 가미되어 재미를 배가시킨다.

그런데, 백윤식의 내공있는 연기력 때문인지 주인공이 김승우가 분한 박재상을 넘어 서서 김좌근의 일대기를 그리는 영화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왕을 아래에 두는 듯한 그 위엄은 잊혀지지 않는다. 권력이라는 것이 겉으로 보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특별히 극장에서 봐야 느껴지는 스펙타클한 장면이 없어서 평소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영화지만, 역시 추석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그리고, 예전에 관상을 재미있게 보았다면, 명당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