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백 핸드드립 커피 첫경험, 코케

에스프레소 머신도 다양하긴 하지만, 드립 커피를 만드는 방법은 정말 다양하다. 하지만, 그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번거로운 것은 어쩔 수가 없었는데, 드립백이라는 방식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전기포트를 산 지도 며칠 안되는, 말그대로 믹스커피도 감지덕지인 상황이라, 이렇게 거제도 자취방에서 드립커피를 마실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는데, 심이누나가 드립백 20개를 보내준 덕분에 이렇게 호사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드립백이라는 것은 로스팅 후 분쇄한 커피를 적당량 덜어서 독특한 모양의 필터 안에 넣고 밀봉해 놓은 방식으로, 원두를 로스팅할 필요도 없고, 핸드밀로 분쇄할 필요도 없으며, 그냥 컵에다 드립백 채로 걸어 놓은 후에 뜨거운 물만 조금씩 조금씩 부어주면 된다. 포장에는 자세한 인스트럭션이 적혀 있는데, 처음에 15ml 를 부어서 담겨 있는 분쇄 원두를 적신 후 3번에 걸쳐서 35ml씩 물을 부어주면 된다고 한다. 처음이라 계량컵까지 동원하여 부어 주었는데, 붓다보니 35ml라는 것이 드립백이 넘치지 않을 정도로 부으라는 뜻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다음에는 계량컵이 필요 없을 듯하다.

인스턴트 커피를 제외하고, 평소에 좀 더 선호하는 쪽은 핸드드립 보다는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인데, 가장 큰 이유가 드립커피에서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산미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달달함이 강조된 커피를 주로 마시는 초딩입맛이라 이런 산미를 즐기기엔 아직 한참 멀었다.

보내온 커피의 원두는 코케와 아리차 두 종류이고, 이번에 맛본 것은 코케이다. 분명 산미가 있으나 적응하고 마실 수 있을 정도의 산미라 마시는데 크게 문제는 없었다. 맛보다는 강하게 피어오르는 향이 참 좋다. 집안에 커피향이 진동하는 이 상황이 즐겁다. 이 커피향이 집안의 곰팡이 냄새를 해치워 주었으면 좋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