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놈

마블코믹스의 새로운 영화가 개봉했다. 바로 베놈Venom. 스파이더맨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조인하긴 했지만, 그의 강력한 카운터파트 중 하나인 베놈도 MCU에 조인하게 될 지는 잘 모르겠다. 여전히 스파이더맨의 판권은 소니가 가지고 있고, 베놈 또한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번에 개봉한 베놈도 소니에서 주도한 것이다.

악당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좀 의아하긴 하다. 게다가, 원래는 주연도 아니었고, 스파이더맨의 상대였던 캐릭터를 이용하여 새로운 영화를 만든다니... 발상이 신선하다고 해야 할지, 무모하다고 해야 할지...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이미 여러 버전으로 보고 있지만, 베놈이라는 캐릭터는 이번에 영화화 되기 전에는 기억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난 히어로물에서 악당들이 활약하는 씬들을 매우 즐겁게 보는 경향이 있어서, 빌런이라고 볼 수 있는 베놈이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하였을 때 박수를 보낸 사람 중 하나였고, 그래서, 국내에 개봉을 하는 날에 맞춰서 극장을 찾았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를 누군가에게 자신있게 추천해주기는 어렵겠지만, 나 자신은 참 재미있게 즐겼다. 뭐랄까 베놈이라는 캐릭터는 나쁜 놈이긴 한데, 아주 나쁜 놈은 아니다라는 정도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 표현이 적절하다 말하기도 좀 그런 것이 인간을 먹어 치우긴 하는데, 나쁜 인간만 먹어 치운다.

베놈은 지구에 반입되어 온 심비오트라는 외계생명체들 중에 하나이다. 베놈이라는 이름을 가진 심비오트 종족이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이다. 심비오트는 숙주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지구에서는 주로 인간을 숙주로 해서 활동을 하고 있다. 강한 숙주를 만나면 더 강력해진다. 소총으로 무장한 인간 수십명을 상대할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지만, 약점이 뚜렷하다. 불에 약하고, 특정 주파수의 소리에 약점을 보인다. 흥미로운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숙주 밖에 잇을 때는 무슨 기름 찌꺼기 뭉쳐 놓은 것같이 생겼는데, 숙주를 만났다 하면 엄청나다.

이번은 베놈이라는 캐릭터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는데, 아마도 후속편에서는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그런데, 베놈의 속편도 궁금하지만, 과연 베놈이 MCU에 조인해서 다시 영화화되면 어떤 느낌일지, 그것이 더 궁금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