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세포 방파제 걷기

태풍 때문에 이번 주말에는 꼼짝없이 원룸에 박혀 있어야 하나보다 생각했는데, 어제 토요일 오후에 느즈막히 일어나보니 하늘은 맑고 해가 중천에 떠있는 것이 아닌가! 바람 한 점 없다. 태풍이 빠져나가 버린 것이다. 그래서, 일요일은 보너스라 생각하고 비교적 가까운 지세포 방파제에 다녀 오기로 하였다. 관광지인 지는 잘 모르겠으나, 최근 지세포가 개발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었고, 왠지 전망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인 아주동에서 버스를 갈아탈 필요도 없이 비교적 자주 보이는 20번대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이었다.

22번버스를 타고 교항 정류장에 내리니 단번에 어촌임을 알 수 있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어촌 티를 팍팍내는 곳을 가본 것은 처음이라 상당히 당황스러웠지만, 좁은 골목길을 따라서 들어가 보니 바닷가가 보이기 시작했고, 조금 더 걸으니 방파제 가는 길이 보였다. 방파제까지 가는 길 또한 지세포만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서 꽤 걸었지만 지루한 줄을 몰랐다. 중간에 62번버스로 갈아타는 옵션을 선택하면 좀 더 방파제에서 가까운 곳부터 걸을 수 있었지만, 60번대 버스가 그리 자주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냥 조금 더 걷기 한 것이다. 자신의 체력이나 컨디션 등에 따라서 선택할 필요가 있다.

방파제 입구에서 보니 어마어마한 수의 낚시꾼들이 방파제 양쪽에 각자 자리를 잡고 고기를 낚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평소에 낚시와 그리 친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이 광경이 상당히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낚시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이겠지만...

대략 5 ~ 10미터 간격을 두고 자리를 잡고 낚시를 하는 것이 보였다. 특이하게 그 간격이 비교적 일정해 보인다. 낚시꾼들 끼리 적어도 이 정도의 간격은 두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작용되고 있는 듯 했다. 종종 고기가 낚여서 올라오는 광경도 볼 수 있었는데, 고기가 그리 커 보이지는 않았고, 어종을 잘 모르겠지만 고등어 처럼 보였다. 뭐랄까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보는 고등어보다 작은 크기인데 통통해서 귀요미 고등어 느낌이다. 물론, 이것이 고등어인 지는 확실치 않다. 내가 물고기 어종에 대해서 너무나 무지한 관계로...

방파제의 끝까지 가보니 상당히 넓은 지역을 커버하는 낚시꾼이 낚시를 하는 것이 보였다. 이 분은 방파제 바깥 부분에서 주로 낚시를 하는 것이 보였는데, 이 분 보다는 저 멀리 보이는 섬 때문에 경치가 좋아 보였다. 거리나 각도상 보이는 섬은 지심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심도의 경우도 관광코스 중에 하나인데, 대체적인 평이 딱히 볼 건 없다고... 그래서, 지심도는 나의 기나긴 6개월 거제 체류기간 내에 방문할 생각이 없는 곳이다.

낚시하는 모습을 좀 바라보다가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있는 정자에서 찍은 맞은 편 대명리조트 거제마리나베이의 모습이 멋져서 사진을 남겨 보았다. 마침 해넘어 가는 시각이라 괜찮다고 찍어 보았는데, 오히려 해질녘의 빛이 사진을 흐리멍텅하게 만든 것같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