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궐

부산행에 이어 다시 다시 좀비를 소재로 하는 한국 영화가 개봉하였다. 그런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진부하지만, 그 콤비네이션 만큼은 아직 미개척지인 만큼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 물론, 북미나 유럽쪽에서는 중세를 배경으로 한 좀비영화가 나오기도 했지만, 국내에서는 어찌되었던 처음 하는 시도이니... 게다가 출연 배우들도 상당히 준수하다. 물론, 배우들의 개런티가 준수하다는 것이지, 그들의 흥행기록이 준수하다는 뜻은 아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흥행요소와 위험요소가 뒤섞여 있는 영화 창궐을 보러 극장을 찾았다.

좀비를 소재로 사용했지만, 좀비는 그저 도구에 불과했고, 영화의 본질은 정치 싸움이기에 극장을 나오면서는 과연 이 영화를 좀비 영화라고 칭해도 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그 정치싸움은 여러 번 영화화된 소재이고 크게 변주되지도 않은 터라 좀비라는 소재만 빼고 보면 상당히 진부한 이야기이다.

그나마 이 영화를 봐줄 수 있는 것은 현빈의 현란한 칼춤때문이다. 정말 꽤 오랫동안 연습하고 합을 맞추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혼자서 고분분투한다. 일반적으로 조선에서 사용하지 않는 거대한 양손검을 들고 좀비든 사람이든 때려 잡는다. 반면에 장동건의 활약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홍보는 현빈과 투톱으로 하기는 했지만, 악역이기도 하고 현빈에 비해 다소 정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장동건의 커다란 눈은 왠지 사극에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앞으로 국내에서 좀비물로 투자 받기가 어려워질 듯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