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갔다와라

희환이가 당분간 미국으로 여행을 갈 예정이어서 송별회 비스무레하게 모임이 있었다. 20여일 나갔다 오는 건데 송별회라고 하기도 좀 그렇고, 희환이 포함해서 세 명 모이는 건데 모임이라 그러는 것도 좀 그런데, 그냥 송별회 모임이라고 치고...

영화는 종로에서 내려오는 길이고, 희환이도 학교에서 내려오는 길이라 하다보니 회사 앞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영화의 은근하면서도 강력한 주장에 의해서 역시 참치횟집으로... 회사에서 새신랑으로 돌아온 임실장이 떡을 돌리는 바람에 배가 불러서 무한대로 먹을 수 있는 회가 그다지 반갑지는 않았지만, 회 자체는 상당히 훌륭한 안주감이 아니던가, 괜시리 술만 많이 마시게 되었다. 이상하게... 회랑 같이 술을 마시면 취하지를 않는다.

주방장 아저씨가 회를 잘라 주면서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는 것은 물론, 나이도 한참이나 어린 우리들에게 극도의 공손함으로 대하니 몸둘바를 모를 정도였다. 장사를 참 잘한다. 손님들 기분 맞춰주고... 다음에 또 오자는 말까지 나오다니... 사실 예전에 희환이와 갔던 독도참치에 사람이 꽉 차서 차선책으로 온 곳이었는데, 최선책보다 훨씬 나았다.

요즘들어 DC언어에 맛을 들인 나는 왠만한 이야기에는 죄다 낚였다나 말렸다라는 말로 매듭을 지어 스스로도 당황을 할 정도였다. 언제부터 이렇게 DC어를 남발하게 되었는지 원... 거의 전라도 사람들이 거시기하듯이 쓴다. 나중에는 다들 나한테 말려서 같이 남발하곤 했다.

늘 그렇듯, 베스킨라빈스에서 마무리를 짓고 헤어졌다. 희환아, 잘 갔다와라. 선물은 열쇠고리, 오케? 케케...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