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가격을 결정하는가?』 마이클 마이넬리, 이안 해리스

『무엇이 가격을 결정하는가?』라는 책 제목이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아마도 평소에 항상 궁금하게 여겨 왔던 것이기에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다. 마치, 이 책만 읽으면 가격이 결정되는 비밀스러운 매커니즘에 대해 알게될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같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책은 읽은 지금도 그런 건 잘 모르겠다.

이 책은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를 크게 네 가지 카테고리로 묶어 놓았는데, 그 카테고리는 선택, 경제학, 시스템, 진화이다. 뭔가 연관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없을 것 같기도한 이 네 가지 카테고리에는 꽤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대체적으로 평소에 알고 있던 상식이거나, 모르더라도 읽고 나면 쉽게 이해를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문제는 각론은 이해가 되는데, 총론이 이해가 안된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잘 이해가 가질 않았다.

우선 이 책은 주류 경제학과는 다소 거리를 두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즉, 경제 주체들은 항상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가정 자체가 틀렸다고 보고 행동 경제학에 기반해서 경제를 설명한다는 뜻이다. 그런 측면에서 인간의 판단이 개입하는 사회 시스템은 비정규분포를 따른다거나 거래는 자기억제와 인내심에 의존한다거나 하는 등의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꽤 임팩트 있게 사실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어렴풋이 저자들이 주장하고픈 바가 무엇인지 느껴지는 듯 한데, 아마도 가치와 가격은 다른 것이니 가격과 가치의 괴리감에 대한 통찰력을 갖도록, 즉, 경제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통섭 능력이 필요하다 정도가 아닐까 싶다. 예를 들면, 책을 프로모션할 때도 자주 등장하는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는 의미심장하다.

물고기의 가격은 공유지의 비극 등으로 씨가 말라가는 사태가 벌어지곤 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훨씬 높은 가치가 있음에도 인류의 근시안적인 시각 탓에 적정한 가격이 매겨지지 않았다. 자유시장, 즉 보이지 않는 손이 동작한다면, 물고기 씨가 마르기 전에 엄청나게 비싼 가격대가 형성되어 수요가 감소하고 다시 물고기의 수도 회복되어야 하지만, 적정한 가치가 매겨지지 않음으로 해서 시장 실패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책을 읽은 후, 과연 내가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말 알고 싶었던 것일까, 어쩌면 진정으로 알고 싶었던 것은 미래의 가격을 예측할 수 있는 비밀같은 것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책이 잘 와닿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