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02

맹종죽테마공원

평소에 대나무 숲에 대한 로망 같은 것이 있었으나, 그 로망을 채우기엔 행동력이 부족하여 담양같이 대나무 숲으로 유명한 곳을 가보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거제로 내려와서 주말에 놀러 다닐 곳을 알아 보던 중, 맹종죽테마공원이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외도 등의 유명한 여행지는 다 다녀온 지금에서야 이렇게 방문을 하게 되었다.

숙소인 아주동에서 맹종죽테마공원으로 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냥 시내버스 한 번 갈아타는 수고로움과 한 시간에 한 대씩 있는 시내버스 시간을 맞추는 성의가 필요할 뿐이다. 대나무 숲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있지 않는 한, 외지인들의 발길이 닿을 만한 곳은 아니고, 거제도민 위주로 홍보를 하는 듯했다.

나름 테마공원이라고 (그리 비싸지는 않지만)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비교적 넓은 산지에다 대나무 숲을 꾸며 놓은 터라 길을 잃을 위험이 있으나, 안내를 잘 해 놓은 편이라 어두워지는 저녁 이후가 아니라면 길을 잃지는 않을 것같다. 입구에 보니 대나무 조각에다가 소망같은 것을 적어서 매달아 놓은 것들이 보였다. 박스오피스에서 비슷한 문구를 본 것 같기는 한데, 이런데가 내 흔적을 남기는 것에 별로 취미가 없어서 그냥 스쳐지나 갔다.

조금 더 올라가니 이번에는 대나무로 소리를 내보라며 대나무 조각을 매달아 놓았다. 아까 올라 오다가 들은 목탁같은 소리가 바로 사람들이 이것을 치는 소리였나보다. 나도 몇 번 소리를 내 보았다. 거슬리지 않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대나무 숲길이 펼쳐 졌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대나무를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인지라 낯설은 풍경에 살짝 기대감을 갖기도 하였으나, 다소간의 실망도 하였는데, 와호장룡같은 느낌의 대나무 숲을 기대한 것과 달리, 평지가 아닌 산지에 대나무 숲을 조성해 놓아 분위기가 살짝 달랐기 때문이다.

조금 더 올라가니 숲길 사이로 바다가 보인다. 앞에 펼쳐져 있는 섬은 거제도의 부속섬인 칠천도, 그 앞에 있는 자그만 섬인 씨릉섬이었다. 물론, 카카오맵을 켜보고 알게된 사실이다. 완전히 탁 트인 바다도 멋지지만, 이렇게 숲 사이로 살그머니 보이는 바다의 정취도 나름 괜찮아 보인다.

조금 더 가서는 다시 한번 실망감을 안겨 주었는데, 공원 초입부에만 집중적으로 대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지, 숲 속으로 들어갈 수록 그냥 나무들이 더 많이 보이고 대나무는 드물게 보였다. 조금씩 대나무 숲으로 조성해 나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냥 관리 여력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심지어는 중간에 문중 묘지가 나타나기도 하였다. 풍수를 잘 모르긴 하나, 언덕 위에서 북쪽으로 바다를 조망할 수 있게 조성되어 있었다. 흔히 말하는 배산임수의 이치에 맞았다.

두 시간 정도는 걷다가 올 줄 알았는데, 거의 40여분만에 다 보고 입구쪽으로 돌아왔다. 그냥 나가기는 좀 아쉽고 해서 인적이 드물지만 경치는 괜찮은 곳에 벤치가 있길래 앉아서 열심히 셀피 연습을 해보았다. 그 중 그나마 봐줄만 한 사진을 올려 본다.

by 이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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