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프래질』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블랙 스완』으로 유명하지만, 괜히 원서를 사는 바람에 여전히 내 책장에 쳐박혀 있는 중이고, 그의 다른 저서인 『행운에 속지 마라』를 읽어 본 바가 있다. 주로 트레이딩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번에 읽게 된 『안티프래질』은 『행운에 속지 마라』에 담겨 있던 트레이딩 철학을 일상 생활로 확대되어서 펼쳐져 있다.

즉, 『행운에 속지 마라』를 읽은 후에 『안티프래질』을 읽으면 좋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것은 파생 상품 트레이더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이런 것과 하등 상관이 없이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두 책 모두 접근이 어려울 수도 있다.

우선 『행운에 속지 마라』에 담긴 트레이딩 철학이라는 것은 블랙 스완이라고 일컬어 지는 예측하지 못한 충격적 사건같은 것을 예측하려고 하지 말고, 그런 것이 언제나 올 수 있음을 트레이딩에 적용하여 옵션 매수 포지션을 취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매번 잃다가도 언제 한 번 블랙 스완급 사건이 터졌을 때 그 동안 찔끔찔끔 잃었던 돈을 모두 보상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부를 안겨다 줄 것이다. 즉, 보험 가입자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안티프래질』에서도 이와 같은 대응이 통할 것인가? 우선 안티프래질이라는 뜻에 대해서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사전에 나오는 말은 아니다. Fragile이라는 말은 물론 사전에 있고, 깨지기 쉽거나 망가지기 쉬운 것을 일컫는 형용사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이에 대한 반대말은 강건하다거나 깨지기 어렵고 단단한 것을 일컫는 형용사를 떠올리게 마련인데, 일반인과는 차원이 다른 생각을 하는 나심 탈레브는 fragile의 반대말로 그런 것은 적당하지 않으며, 오히려 충격이 왔을 때 더 강해져야 하는 것으로서 anti-fragile이라는 용어를 창조해 냈다. 즉, 안티프레질은 나심 탈레브가 만들어낸 신조어다. 흔히 말하는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라는 우리 속담과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세상에 수많은 프래질한 것들이 존재하며, 사람들은 프래질한 것들에 쓸데없이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면서, 안티프래질한 것의 가치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나심 탈레브가 『안티프래질』을 통해서 우리에게 주장하는 바이다. 그래야 인생이 자유로워 진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비판하는 프래질한 것들은 너무나 많아서,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도구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종사하는 직업 자체가 프래질한 것들로 싸잡아 비판의 대상이 된다. 물론, 나심 탈레브는 책 앞부분에서 프래질한 것이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고 안티프래질하다고 해서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책 전반에 걸쳐 프래질에 대한 비판과 (때로는 비난) 안티프래질에 대한 찬양을 늘어놓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선 월급쟁이들은 모두 프래질한 상태에 놓여 있다. 한 회사에 있다보면 회사에 맞춰진 인재가 되어 버리기 쉽고, 그러면 경영 위기 등으로 회사가 부도나 버리면 생존하기가 어렵다는 의미이다. 물론, 동의하는 바이지만, 쉽게 부도 나지 않는 좋은 회사들도 많다. 난 아직까지 어떤 쪽이 더 훌륭한 선택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미국과 한국의 해고 유연성에 대한 차이 때문에 내가 그런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IT기기 등에 대한 비판도 신랄한데, 금방 유행이 지나버려 다시 새로운 제품을 사야 한다는 것 자체가 IT기기들의 프래질함을 보여준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나심 탈레브는 시간이 갈 수록 더 가치를 더해가는 것이야 말로 안티프래질한 것이라면서, 17세기에 그려진 명화가 벽에 걸려 있고, 그 옆에 최신 TV가 있다면, 10년후에 버려지는 것이 어떤 쪽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의 말문을 막아 버린다.

게으른 사람이 읽으면 즐거워할 내용도 있는데, 할 일을 두고 꾸물거리며 일정을 지연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며, 언젠가 때가 되면 그 일을 정말 하고 싶어 지게 되니, 그 때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한다. 꾸물거리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역시 월급쟁이들이 꿈꿀 수 없는, 자유 기고가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하고 싶은 지는 알 것 같다.

역시, 트레이딩에 대한 조언도 빼놓지 않는데, 그가 조언하는 방식은 바벨전략이다. 그렇다. 운동을 할 때 사용하는 그 역기를 의미한다. 바벨이 가운데 얇은 바가 있고 양쪽에 무겁고 두꺼운 추가 존재하듯이, 투자를 할 때는 90%의 자산을 안전자산으로 설정해 놓고, 나머지 10%는 매우 위험한 상품에 베팅하는 것이 그가 조언하는 바벨전략이다. 그러면, 블랙스완급 사건이 터지면서 그 10%가 엄청난 수익을 안겨다 줄 것이다. 어설프게 중위험 상품같은 것을 포트폴리오에 넣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인생도 그렇게 살라고 하는데, 그렇게 공감이 되는 편은 아니다. 역시, 나심 탈레브는 트레이딩에 대한 책만 쓰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즉, 『행운에 속지 마라』에서 멈추는 것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