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

디즈니에서 동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를 한 편 발표하였다. 바로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이다. 동화이기도 하고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발레곡으로도 유명한 이 이야기를 그 동안 아껴두었다가 이제서야 만든 것이다. 그래서,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극장을 찾았으나, 내가 가지고 들어가야 했던 것은 기대감이 아니라 동심이었다.

결론적으로, 40이 가까운 성인 남성이 소화하기에는 꽤나 많은 동심을 필요로 하는 영화다. 난 SF나 환타지 장르에 대해서 꽤나 열린 마음을 가지고 영화를 감상하는 편이지만, 역시 이번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을 소화하기에는 동심이 많이 모자랐다.

어렷을 때부터 이 이야기를 아꼈던 관객이라면 그 아껴왔던 이야기가 스크린에 펼쳐지는 것에 만족하며 즐거워 할 지도 모르겠으나, 실제로 이 이야기가 어떠한지 기억조차 없는 난 그저 상콤 발랄하게 자라난 매킨지 포이Mackenzie Foy만이 마음에 드는 유일한 요소였다. 물론, 화려한 의상과 미장센에 대해서는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게다가, 요즘 디즈니발 영화들은 꽤 교조적인 성향을 띠고 있는데, 이번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에서도 그러한 성향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여자 어린이들아, 엔지니어가 되거라!" 정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백마탄 왕자님 스토리만 만들어 내던 예전의 디즈니가 아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