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S로스』 짐 폴, 브렌던 모이니핸

『LOSS로스』는 금년에 출간된 책이지만 영어 버전의 원판 『What I Learned Losing a Million Dollars』는 2013년에 발간되었고, 실제로 책에서 사례로 등장하는 짐 폴Jim Paul의 이야기는 그것보다 훨씬 오래전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책이 다루고자 하는 트레이더의 심리라는 주제는 세월 앞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인간의 심리가 고작 몇 십년간에 진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금융시장은 인간의 욕망과 광기가 서려 있는 곳이다.

저자는 어렷을 때부터 꽤나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듯하다. 그리고, 돈 버는 것에 대한 소질도 가지고 있어서 이 또한 성공 가도를 달려 왔다. 하지만, 딱 한 분야에서 성공하지 못했는데, 바로 선물옵션 트레이딩이다. 처음에는 꽤나 잘 벌어서 소질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그저 운이었을 뿐, 그 후로 제대로 실패해 버렸다. 세상 사람들 중에 트레이딩에 소질이 있는 사람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에 저자를 그저 실패자로 치부하기엔 매우 정상적인 케이스이다. 게다가, 저자인 짐 폴은 그 이후에 다른 방면에서 제대로 된 삶을 살아 가고 있다가, 9/11 테러 당시 월드트레이트센터에서 일하다가 사망했다고 한다. 사실, 난 책의 내용보다 저자 소개글에서 본 이 사실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저자의 개인사는 이만 줄이고, 저자가 제시하는 조언에 귀기울여 보면, 트레이더가 손실을 보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지만, 손실이 계속 쌓이는 이유는 전략적인 실패 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훨씬 크고, 따라서, 심리적인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 해야할 일들이 있다.

우선 손실의 계산이다. 즉, 손절할 기준점을 미리 잡아 놓고 시장의 방향이 베팅한 방향과 다르더라도 손실이 무한대로 커지지 않게 만들라는 뜻이다. 그리고, 계획된 거래를 하며 최대한 위험을 줄이면서 이익을 키워 나가야 한다. 저자가 활약하던 시대와는 달리 요즘은 시스템 트레이딩의 시대라 시장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계약은 계획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전략을 집행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그리고, 트레이딩을 개인화하지 않는 것 또한 강조한다. 즉, 시장의 방향이 바뀌었으면 손실을 기록하고 있더라도 순순히 시장의 방향에 순응해야지, 본전을 찾겠다고 버티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매우 쉽게 들리겠지만,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트레이더의 심리상태에서는 행동으로 옮기기가 그리 만만치는 않다. 또한, 트레이딩이 성공했다고 해서 그 성공이 개인의 역량으로만 이루어진 것이라 볼 수도 없으므로 자만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책 자체가 그리 두껍지 않고, 내용 또한 신기한 비법 등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손실이 쌓여 가고 있는 시점에서 나에게는 심리적 안정감을 찾기 위한 방법을 상기하는데 다소간의 도움이 되었다. 주변에 자꾸만 트레이딩 성과가 좋지 않아 손실을 개인화하여 자괴감에 빠져 있는 트레이더가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