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와 큐비즘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전시회를 가기 전에 평들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피카소 그림은 몇 점 없다는 불만이 가장 많았고, 큐비즘에서 피카소를 빼면 과연 무엇이 남는가라는 반문을 하면 할수록 가기 싫은 전시회가 되어 가고 있었다. 티몬에서 구입한 얼리버드 티켓을 그냥 포기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귀중한 서울에서의 주말을 그냥 이렇게 느슨하게 보내고 다시 거제로 내려가고 싶지는 않다는 열망에 의해서 거제행 버스에 오르기 전에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을 들렀다. 예술의전당에서 교대역 14번출구까지는 꽤나 가까운 거리니 가는 길에 들리는 정도의 수고로움은 할 만 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피카소와 큐비즘전을 관람하고 내려갈 수 있었다.

그날 4시에 도슨트의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아마도 나 또한 다른 관람객들처럼 피카소 작품의 비중이 적다는 불평만 했을 지도 모르겠다. 작품 설명 도중 여러 번 큐레이션 작업 대한 설명을 덧붙였던 것으로 보아, 단순 도슨트가 아니라 큐레이션 작업에 참여했던 멤버 중 하나인 듯하다. 작품들을 가져오는 과정에서 어떠한 난관들이 있었고 어떻게 극복해 나갔는지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들어가니 전시된 작품들이 좀 더 소중해 보이고 좀 더 반짝반짝 빛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 분 나중에 옥션쪽으로 가면 크게 되실 것같다.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도슨트의 설명을 실시간으로 들어가며 관람은 하는 것은 오디오가이드의 도움을 받는 것과는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피카소 작품의 적은 비중으로 인하여 오히려 큐비즘 사조에 동조했던 다른 작가들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는데, 그들이 바로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 페르낭 레제Fernand Leger, 로베르 들로네Robert Delaunay로, 이들을 피카소와 함께 큐비즘 4대 거장으로 일컫는다고 한다.

여러 작가의 작품들을 함께 전시하는 경우 작가의 화풍을 이해하기가 다소 어려운 감이 있으나, 이번 피카소와 큐비즘전에서는 그럭저럭 위에서 언급한 큐비즘 4인방에 대한 특징을 인지할 수 있었다. 특히 로베르 들로네의 작품들은 큐비즘이면서도 오르피즘이라는 사조에 맞춰서 작품속에서 삼각분할의 느낌이 잘 드러나고 원의 이미지를 추상적으로 사용했기에 쉽게 스타일을 인식할 수 있었다. 실린더 스타일을 잘 사용한 페르낭 레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작품들이 심미적으로 만족스러운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을 하기는 어렵겠지만, 지식의 습득 측면에서만 보면 이번 전시회는 만족스러웠다.

오히려 피카소의 작품들이 워낙에 다양한 화풍을 자랑하기에 딱 피카소 작품이다라고 단정하기 어렵게 느껴진다. 내가 피카소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잘 몰랐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메타 인지가 좀 더 높아졌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련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