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왜 짧은가』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평소에 철학 관련 서적은 거의 읽지 않는 편인데, 어디에선가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인간은 시간이 부족하다고 항상 불평을 하면서. 마치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라는 글귀가 와닿았는데 찾아보니 루키우스 세네카라는 철학자가 한 말이라고 해서 그의 네 가지 에세이를 모아 놓은 『인생이 왜 짧은가』라는 책이 있길래 도서관에서 빌려 왔다. 거의 출간된 지 15년이 훌쩍 넘어서인지 종이가 누렇게 바래있다.

『인생이 왜 짧은가』를 구성하는 네 가지 에세이는 각각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마음의 평정에 관하여』, 『섭리에 관하여』, 『행복한 삶에 관하여』이다. 다른 철학서적들과는 다르게 글이 어렵지 않으며 그저 교장 선생님 훈화말씀처럼 덕담과 훈계로 가득차 있다. 다른 철학자들과 논쟁을 벌이기 위해 쓴 책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을 깨우치기 위해 쓴 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책의 내용이 그렇게 와닿는 것은 아니다. 그저 탈무드를 읽는 느낌이랄까. 좋은 내용인데 말은 쉽지만 지키기 어려운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게다가, 쾌락을 탐닉하고 있으니 인생이 짧은 것이지 좀 더 가치있는 일에 시간을 쓰면 인생은 충분히 길다는 이야기는 딱히 공감이 되지 않았다. 얼마전에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면 런지를 해보라는 말을 들으며 피식했는데, 그것과 딱히 다른 수준의 말이 아니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쾌락을 탐닉하면서도 시간이 길어지길 원할 것이다. 나도 그러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