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마블

캡틴 마블의 역에 브리 라슨Brie Larson이 캐스팅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은 마블 팬들이 실망을 금치 못하였는데,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코믹스 캐릭터와 싱크가 잘 맞지 않기도 하고, 팬들이 원하는 외모가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그녀의 패미니즘 관련 발언이 여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남자들이 패미니스트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긴 한데, 유독 너드들은 패미니즘을 혐오하는 수준으로 싫어하기 때문에, 팬들의 대부분이 너드라고 볼 수 있는 MCU 영화에서 이러한 발언은 분명 영화의 마케팅 측면에서 상당한 마이너스 요소이다. 즉, 마블코믹스 측에서 관객들에게 "그래서... 캡틴 마블 안볼꼬야?"를 시전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나 또한 브리 라슨이라는 배우에 대해서 그다지 호감을 가지고 있는 편은 아니다. 그녀가 룸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줘었을 때도, 상은 그녀가 아니라 그 꼬마 녀석이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고, 좀 더 매력적인 배우가 캡틴 마블을 연기했으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난 패미니즘에 대해서 크게 개의치 않는 편이기도 하고, 그런 것 때문에 MCU의 매우 중요한 이야기가 담겨있을 이 영화를 포기하는 것은 합리적인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극장을 찾았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든 우려는 정말 캡틴 아메리카 1편같이 재미가 없으면 어쩌나하는 것이었다. 캡틴 아메리카의 후속편과는 다르게 캡틴 아메리카가 탄생하는 배경을 설명해주는 1편은 상당히 재미가 없이 뭔가 다큐멘터리필름 같은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런 우려를 불식시킬 만큼의 훌륭한 CG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게다가, 캡틴 마블은 시작부터 그렇게 연약한 캐릭터가 아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영화를 리뷰하는 것은 상당히 아슬아슬하겠다는 점이었다. 영화의 어떤 내용을 말하더라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만큼 매우 중요한 내용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캡틴 마블의 등장은 MCU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른 영화들과의 연관성에 있어서도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건이다.

지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가 인피니티 스톤들을 다 모아 전 우주의 생명체의 절반을 제거해 버린 이후 타노스에 대항하기 위한 새로운 히어로가 필요했고, 바로 타노스에 대한 어벤져스의 대답이 캡틴 마블인 것이다. 캡틴 마블의 활약상을 보고 나니 이제까지 어벤져스 멤버들의 활약은 그저 소꿉장난이었을 뿐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토르나 헐크마저 나약한 존재로 여겨질 정도이다. DC코믹스에서 슈퍼맨이 다른 히어로들에 비해 압도적인 능력을 보유한 것과 같이, 앞으로 어벤져스에서는 캡틴 마블이 슈퍼맨의 레벨에서 활약할 것이다.

이 밖에 왜 닉 퓨리의 한 쪽 눈이 그렇게 되었는 지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고, 에이젼트 쉴드에서 활약하는 콜슨 요원의 젊은 시절도 등장한다. 또 한가지, 고양이가 상당히 위험한 생명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