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구지 함벨라

얼마 전에 선물받은 드립백 커피를 마셔 보았다. 이번에 받은 원두 중 처음으로 접해보는 에티오피아 구지 함벨라를 선택했다. 구지 함벨라 원두에 대해 검색해 보다가 커피 생두의 프로세싱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는 것을 알았는데, 우선 내츄럴 방식은 생두를 감싸고 있는 과육을 그대로 유지해서 건조하는 방식으로 커피에서 과일맛이 풍부하고, 워시드 방식은 생두만을 가공하는 방식으로 커피의 선명한 맛이 장점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중간 정도의 맛을 내는 허니 프로세스라는 방식이 있다고 한다. 커피는 알면 알수록 더 알아야 할 것이 많아지는 오묘한 세계이다.

이번에 선물받은 구지 함벨라가 어떤 프로세싱 방식을 거쳤는 지 알 길은 없다. 포장에 딱히 그런 것이 없는 채로 받았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에서는 환경이 따라 주기에 내추럴 프로세싱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요즘에 워시드 방식으로도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것을 보니 내추럴이라고 확신할 수가 없다.

커피의 산미를 잘 못견뎌 해서 브라질 산토스 같은 원두만 마시던 때도 있었는데, 예가체프 코케나 아리차 원두의 과일향에 취해 산미를 참아 가며 마시다 보니 어느새 산미가 강한 커피에 익숙해져 버려서, 이제는 그냥 쓴 맛만 나는 커피를 잘 못마시겠다. 나의 혀가 이렇게 간사하다.

이번에 받은 구지 함벨라는 산미가 느껴지면서도 뭔가 깊은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쓴맛이 산미를 덮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깊은 숲속에서 우거진 나무 사이로 살짝 비추는 햇빛처럼 가끔식 산미를 드러내는 정도이다. 즉, 산미보다는 쓴 맛이 강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예전 같았으면 마음에 들어 하며 마셨을 텐데, 지금으로선 좀 아쉬운 맛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