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름을 가진 원작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돈의 예고편이 나올 때부터 기다려왔다. 번호표 역에 유지태가 캐스팅된다고 했을 때는 정말 상상하던 그 번호표와 싱크가 잘 맞는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렇게 잔뜩 부푼 기대감을 갖고 극장으로 들어갔다.

증권사 초짜 브로커가 은둔의 거물을 만나 순식간에 엄청난 부를 손에 쥔다는 이야기는 꽤 매력적인 이야기이고, 꼭 그런 경로를 밟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벼락부자가 되는 꿈을 꾸기에 영화 또한 관객의 그런 욕망을 파고 들어 간다. 그래서, 어둠의 세계로 빠져 들어 가는 주인공은 결정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러나, 그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 나오는 방법은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왜 원작 소설의 결말을 거부하고 그런 어이없는 결말을 선택했는지 감독에게 따져 묻고 싶다. 왜 그런 진부하기 그지없는 권선징악적 결말을 만들어 냈냐고 말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부를 거머쥐고 있는 것과 위험하긴 마찬가지지만 가지고 있는 부를 포기하는 길이 있다면 당연히 부를 거머쥐고 있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다. 원작은 그렇게 합리적인 판단을 하며 끝난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빌런이 아니라 영웅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같다.

이해안가는 결말을 제외하면 영화는 꽤 스릴 넘치고 부자가 되겠다는 인간의 욕망을 꽤 적나라하게 잘 묘사한다. 주식투자에 대한 영화하면 떠오르는 건 "작전"이지만 이제부턴 그 자리가 "돈"에게 넘어갈 수도 있겠다 싶다. 특히나 주식투자나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트레이더들에게 이 영화는 꽤 흥미로운 이야깃꺼리가 될 것이 틀림없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