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 토머스 길로비치, 리 로스

소박실재론Naive Realism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임에 분명하다. 나는 이번에 『이 방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라는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알게 된 용어이다. 다른 사람들은 편견이 있지만 난 편견이 없이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고 믿으며 타인의 의견을 거부하는 태도를 소박실재론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소박실재론자이다.

소박실재론만 하더라도 꽤나 할 이야기가 많을 듯한데, 『이 방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이렇게 인간이 심리적으로 어떻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는지에 대해서 요약적으로 많은 지식을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책이다. 책 제목이 의미하는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 의미하는 바는 잘 모르겠다. 소박실재론자가 아닌 사람을 뜻하는 것일까?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지만, 4장 "행동이 정신을 지배하는 원리 알기"가 특히 와닿는다. 웃으면 복이 온다라는 말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인과관계가 뒤집힌 말이다. 복이 와야 웃음이 나오는 것이지 웃는다고 복이 오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정말 웃으면 복이 오는 것일 수도 있음을 증명한 실험이 있었다. 연구자들은 피실험자들에게 만화를 보여 주면서 한 쪽 그룹에게는 웃는 표정을 짓도록 볼펜을 입술로 물고 있으라고 했고, 다른 쪽 그룹에게는 웃지 못하는 방식으로 볼펜을 물고 있으라고 했다. 그 결과, 웃는 표정으로 볼펜을 물고 있던 그룹에서 만화를 재미있다고 느꼈다고 대답한 비율이 높게 나왔다고 한다. 즉, 만화가 재미있어서 웃는 것의 반대인 인관관계, 웃어서 만화가 재미있었다는 결론이 가능한 것이다. 복이 올 지는 모르겠지만, 웃으면 세상일이 좀 더 즐거워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이야기는 부조화 줄이기Dissonance Reduction라는 개념으로 연결되는데, 이것과 관련된 실험도 있다. 실험자들에게 매우 지루한 일을 시킨 후 제발 다른 이들에게 이 실험이 재미있었다고 거짓말해달라고 부탁하며 그 댓가로 한 그룹에는 1달러를, 다른 한 그룹에는 20달러를 지불했다. 그 결과는 예상을 깨고 1달러를 받은 그룹이 거짓말을 하는 경향이 높았다고 한다. 이 실험이 의미하는 바는 $1만 받은 사람은 이미 $20이라는 충분한 보상을 받은 사람에 비해서 자신이 했던 그 의미없고 지루한 일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며 합리화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잘 것없고 보수가 낮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대해서 더 과장되게 포장하는 경향이 있으며, 또한, 아이를 키우는 일에 대해서도 더 이상 자식이 노후를 보장해주는 시절이 지났음에도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더 보람찬 일은 없다"라는 주장을 하게 된다고 한다.

6장 "이 방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인가"도 재미있었다. 쾌락의 매커니즘을 설명하면서, 구매로 인한 즐거움은 일시적이지만, 경험을 통해 얻는 행복감은 훨씬 더 오래남는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즉, 돈이 생기면 차를 사기 보다는 그 돈으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 더 행복할 것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난 10여년 전에 무작정 떠났던 유럽 여행에 대한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 하고 있지만, 만약 그 당시에 여행경비로 사용했던 비용만큼으로 뭔가 물건을 샀더라면 그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