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엔드게임

마블코믹스가 이번 엔드게임을 끝으로 더 이상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겠지만, 이번 엔드게임은 일종의 마일스톤같은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블코믹스 시리즈는 스크린에서 계속 등장하겠지만, 관객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꽤 많은 캐릭터들이 이번 엔드게임을 끝으로 관객들과 작별을 하게 됨을 의미한다. 어느덧 마블 시리즈의 광팬이 되어 버린 나 또한 큰 기대감을 갖고 개봉일 다음날 극장을 찾았다. 개봉일에는 퇴근 후 가능했던 상영시간에는 일찌감치 표가 매진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경험상 큰 기대를 갖고 극장에 들어 가면 자연스레 실망감으로 이어지게 마련인데, 엄청나게 큰 기대감을 갖고 극장에 들어갔음에도 그 엄청난 기대감을 압도하는 감동을 받고 나왔다. 본 편보다 나은 후속편은 없다는 속설은 마블코믹스에게 통하지 않는 듯하다. 히어로물을 보면서 눈물을 흘릴 뻔했다. 시리즈를 이렇게 훌륭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오랜 기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의 시간을 함께한 올드 팬들에게 최고의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얼마전 캡틴 마블이 개봉한 후, 이전까지 등장한 어벤져스 멤버들과는 격을 달리하는 캡틴 마블의 위력을 보면서, 이제서야 이루 말할 수 없이 막강한 타노스, 게다가 인피니티워를 모두 모은 타노스와 상대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좀 허무한 중간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물론, 중간결말(?) 이후 상실감에 빠져 있던 어벤져스 멤버들과 앤트맨이 조우하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제까지 등장했던 많은 캐릭터들이 타노스와 그들의 군대를 상대하며 스펙타클한 씬을 만들어 낸다. 강한 자는 강한자대로 약한 자는 약한자대로 힘을 보탠다. 먼지로 사라져 버린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또 다시 사랑하는 이들이 다시 먼지가 되어 사라져 버리지 않기 위해 그들은 최선을 다해 싸운다.

평소에도 극장에서 영화를 본 후에는 허접하게나마 리뷰를 남겨 놓곤 하는데, 딱히 영화를 분석적인 시각에서 보기 보다는 그냥 영화에 푹 빠져서 캐릭터에 몰입해서 보기 때문에 리뷰가 그리 객관적이지도 않고 퀄리티도 낮은 수준이다. 그래서, 종종 명작에 대한 리뷰를 쓰려고 하면 감히 영화에게 미안해 지기도 하는데, 이번 어벤져스: 엔드게임 또한 그러하다. 평론가들이 마음 먹고 흠을 잡으려면 흠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난 영화에 흠뻑 빠져서 세 시간 동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살았고 그래서 흠을 잡을 겨를이 없었다. 그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조금 더 오랫동안 지내고 싶은데, 세 시간만에 다른 세상으로 돌아가야 해서 아쉬울 따름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