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물잡탕 @명예해물잡탕

명예해물잡탕이라는 곳이 관광지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 번화한 곳에 있는 것도 아니었음에도 32년만에 다시 방문하는 부산에서 처음으로 들르는 식당이 된 것은 그저 내 여행 루트 때문이었다. 내 여행루트의 시작은 거제도에서 2000번 버스를 타고 다시 명지신도시로, 거기서 1011번 버스로 갈아타 감천사거리에 내려 감천문화마을까지 걸어가는 것이었다. 명예해물잡탕이 바로 감천사거리 인근에 위치해 있다. 감천문화마을을 열심히 돌아다니려면 가기 전에 배를 채워야 할 것 같았기 때문에 감천 사거리 인근 밥집을 검색하다가 현지인들도 인정한 맛집이라는 리뷰를 보았기 때문이다. 부산 사람과 내가 입맛이 다를 수도 있기에 기대를 크게 하고 간 것은 아니었다.

시그니처 메뉴라고 할 수 있는 해물잡탕을 주문하였더니, 해물잡탕과 여러 가지 밑반찬들을 거대한 쟁반에 담아서 한번에 서빙해 준다. 당황스럽다. 이런 대접을 처음 받아 보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거대한 쟁반을 그대로 식탁위에 올려 놓아 줄 지는 몰랐다. 이러면 치우기는 쉽겠지만, 손님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마치 기사식당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서비스에서는 실망했지만, 해물잡탕의 맛 자체는 흠잡을 곳이 없었다. 국물에 전분가루를 풀었는지 걸죽한 느낌이 들었는데, 마치 중국음식점에서 먹는 울면같은 느낌이 났다. 울면에서 면을 빼고 해물을 좀 더 집어 넣고 얼큰하게 만들면 딱 이 맛이 날 것같다. 몇몇 리뷰를 읽어 보니 국물이 걸죽해서 당황스럽다는 글도 있던데, 평소에 울면을 좋아해서 종종 즐기는 편이기도 하고 이미 인지한 상태로 먹어서인지 이런 국물이 오히려 반갑다. 칼로리는 더 높겠지만 많이 걸어야 하는 날이라 기꺼이 이 열량을 받아 들인다. 참고로 매운 정도를 고를 수 있는 세 가지 옵션이 있었는데, 가장 아랫 단계인 순한맛을 선택해도 약간의 얼큰함이 베어 있다. 내가 딱 즐기기 좋아하는 얼큰함이다.

왠지 바닷가 도시에 왔으니 해물탕이나 짬뽕같은 것을 먹거나 회를 먹어야 할 것같은 느낌이 들긴 해서 해물잡탕을 고르긴 했는데, 수입산 해물 쓴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부산이 딱히 어촌은 아니지 않는가! 엄연히 항구도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