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천문화마을과 카페 아방가르드

32년만에 방문하는 부산 첫번째 여행지로 감천문화마을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카카오맵에서 우연히 감천문화마을의 존재를 알게된 후, 거제에서 시작하는 나의 여행루트 상, 감천문화마을이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격주로 부산을 방문할 예정이기에 부산의 좀 더 유명한 관광지들은 다음에 방문하기로 하고, 이번 첫번쨰 여행은 감천문화마을과 송도해수욕장으로 만족하기로 하였다.

이미 작년 늦가을에 통영의 동피랑을 방문하면서 달동네 담벼락에 그린 벽화들이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감천문화마을에 대한 기대치가 그리 높지는 않았다. 그래서, 마을 곳곳을 굳이 힘들여 돌아 다니기 보다는 전망이 좋은 카페에 앉아 멀리서 감상하는 쪽으로 여행스타일을 정했다. 그리고 그 선택이 나쁘지 않았다. 이런 나의 계획과는 달리 감천문화마을 쪽에서는 곳곳에서 스탬프를 찍어 주며 속속들이 방문하며 도장깨기 하는 쪽으로 유도를 하는 듯하다.

감천문화마을을 조망하기 좋은 카페가 몇 곳 있는데, 그 중 내가 선택한 곳은 카페 아방가르드라는 곳이었다. 카페 이름만 들으면 뭔가 파격적일 것같은데 이름과는 달리 그냥 무난한 카페였다. 레몬에이드를 한 잔 주문하여 실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마을의 알록달록한 집들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조금 지난 후에 깨닫게 된 사실이지만 테라스에서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면 따뜻한 음료를 주문했어야 했다. 이 카페까지 올라오느라 땀을 꽤나 흘려서 시원한 음료를 갈망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땀은 순식간에 식고 추위가 몰려 왔다.

카페 아방가르드에서 조망하는 감천문화마을의 뷰는 꽤나 볼만하다. 다만 사진이 조금 더 실제보다 이쁘게 찍히는 경향이 있다. 사진만큼 이쁘지는 않다는 뜻이다. 보통 사진이 실제 모습보다 덜한 경우가 많은데, 감천문화마을은 사진빨을 잘 받는 편이다. 벽화 하나하나의 퀄리티가 갤러리에 걸릴 수준은 아니겠지만 충분히 멀리서 군집된 형태로 볼 때는 충분히 역할을 한다.

원래 계획은 카페에 앉아 뷰나 즐기고 다음 여행지인 송도해수욕장으로 가는 것이었으나, 때마침 감천문화마을 축제기간이라고 하여 여기 저기서 떠들썩한 분위기라 잠시 내려 가서 몇 군데는 가볍게 둘러 보았다. 특별하지는 않았고 다만 활기찬 마을 축제의 분위기를 느낄 수는 있었다. 어떤 곳에서는 트로트가 울려 퍼지고 어떤 곳에서는 락이 흘러 나오며 심지어 어떤 곳에서는 쇼팽을 연주하는 이도 있었다. 다양성의 극치를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벽화들의 퀄리티가 생각보다 훌륭했다. 통영 동피랑과는 레벨을 달리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카페에서도 느꼈던 바이지만 의외로 외국인 관광객이 상당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25% 정도는 외국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감천문화마을의 브랜딩이 생각보다 잘 이뤄진 듯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