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해수욕장과 카페 해인

감천문화마을에서 알록달록한 뷰를 충분히 즐긴 후 송도해수욕장으로 향했다. 걷기엔 다소 거리가 있는 편이지만 멀미 때문에 버스타는 것을 상당히 싫어하는 편인 나로서는 걸어서 1시간 가량이라고 씌여 있는 카카오맵의 안내에도 불구하고 걸어 가는 쪽을 선택하였다. 우선 부산 도로 사정이 막히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일반적으로 나의 걸음걸이는 카카오맵에 안내되어 있는 시간을 2/3 정도로 단축시킬 수 있는 수준이기때문에 40분정도의 걷기는 충분히 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40분 정도 걷다 보니 송도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난 송도해욕장하면 포항에 있는 송도해수욕장을 먼저 생각한다. 할머니가 포항에 사셔서 송도 해수욕장에 대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부산에도 송도해수욕장이 있는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다만, 부산의 송도해수욕장은 부산사람들에게도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은 곳이었다가 케이블카도 생기고 스카이워크라고 불리기도 하고 구름다리로 불리기도 하는 시설도 생긴 이후에 새롭게 조명받는 곳이라고 한다.

케이블카는 다들 비추하는 분위기라 계획에서 제외했고 스카이워크만 걸어 보기로 하였는데, 바다위를 걷는 것같다는 다른 이들의 설명과는 달리 딱히 감흥은 없었다. 다리 중간에 유리로 된 부분이 있는 구간도 존재하지만, 아예 바닥 전체를 유리로 만든 것이 아니라 딱히 밑이 바다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그냥 하수도물 흘러 가는 것같이 보인다. 다만, 구름다리 때문에 다소 심심해 보이는 해안이 다이나믹해 보이는 효과는 있었다. 즉, 구름다리 자체 보다는 구름다리가 바닷가의 뷰를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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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카페 해인 찾기

송도해수욕장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후, 계획한 대로 해인이라는 카페로 향했다. 이 카페에 이미 방문했던 사람들이 올린 글을 보면 이런 곳에 카페가 있을 줄 몰랐다는 뉘앙스의 글이 많았고, 힘들게 찾아서 방문해 보면 전망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라는 평이 많았다. 그래서, 그 전망이 도대체 얼마나 좋은 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의외로 송도해수육장에서 카페 해인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우선 두 가지 방식이 있다. 고신대학교 쪽에서 올라오는 정상적인 도로가 있는 길, 그리고, 달동네에 펼쳐진 구불구불하고 좁디좁으며 이 길인지 저길인지 알 수 없는 길, 그런데 카카오맵에서는 첫번째 길을 알려 주지 않고 두번째 길로 알려 준다. 가보면 공사하느라 막혀 있기도 하고, 거의 폐허인 상태이기 때문에 상당히 당황스러우며, GPS상의 오차 범위 안에 여러 좁은 길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맵을 사용하기에는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다. 마치 미로에서 길찾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갑자기 잘 따라가보니 막다른 길이 보이기도 하고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고 내 등에 땀방울도 흘러 내린다. 포기할까도 하다가 오기로 겨우겨우 카페 해인에 도달하였다.

가까워져 오니 정말 숲속에 은밀히 숨겨져 있는 누군가의 아지트를 찾은 듯한 느낌으로 빽빽한 가로수를 지나 카페 해인이 등장한다. 다른 블로거들이 써놓은 표현이 이해가 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지난 감천문화마을의 카페 아방가르드에서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따뜻한 바닐라라떼를 주문하여 2층 테라스로 올라 갔다. 그리고, 왜 이 카페의 전망을 블로거들이 그렇게 칭찬을 했는지 이해가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송도 해수욕장이 한눈에 펼쳐져 있고, 셀카 찍기 놀이했던 곳 구름다리 등을 모두 조망할 수 있는 그런 뷰가 펼쳐져 있다. 모든 것이 스틸 사진같은데 케이블카만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스틸 사진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물론, 통영의 미륵산 전망대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살짝 비싼 커피 한잔값으로 감상하기에는 과분한 뷰라 할 수 있다. 넋놓고 이 뷰를 조금 감상하다가 카페를 떠났다. 물론, 내려올 때는 고신대학교쪽의 편안한 길을 택했다.

송도해수욕장에서 거제로 가는 길

이번 부산 여행의 최대 난관은 바로 거제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부산으로 갈 때는 거제와 부산을 오가는 좌석버스인 2000번을 이용하여 그럭저럭 무난하게 도착했던 반면, 거제로 돌아올 때는 고객사 셔틀버스를 이용하기로 계획을 짰는데, 문제는 부산에서 고객사 셔틀버스를 타는 것이 처음이라는 것이었다.

셔틀버스 안내 페이지에는 사상역 파라곤호텔앞 21:00이라고만 나와 있어서 어려움없이 찾을 것이라 생각했건만, 실제로 파라곤호텔 앞에 도착하니 여기서 정차하는 관광버스가 수십대가 넘었고, 정확히 파라곤호텔 앞 어디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초행이라고 나름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는데도 이런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20:50 까지 타야할 버스를 찾지 못하자, 위기감을 느낀 난 파라곤 호텔 프론트에도 문의했는데 직원의 표정은 마치 그걸 왜 나에게 묻냐는 어이없는 표정이었고, 특별히 행사가 있는 것도 아니라 연락받은 바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 왔다. 파라곤 호텔과 고객사가 어떤 협약같은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교통편의 상 파라곤호텔 앞에서 직원들을 태우는 것이었다.

다급히 조과장님께도 연락을 취해 보았으나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고, 그 후 미친듯이 파라곤호텔 근처에 세워져 있는 모든 버스들을 탐색한다는 생각으로 돌아다닌 결과, “거제”도 아니고, “대우조선”도 아닌 “능포”라고 휘갈겨쓴 종이를 차문 앞에다 붙여 놓은 버스를 발견, 탑승자 목록에서 내 이름을 확인하고 탑승을 하였다. 스마트폰을 꺼내서 시각을 보니 20:59. 웃기는 건, 이 버스가 파라곤호텔이 아니라 그 옆옆 건물인 르네상스호텔 앞에 정차해 있었다는 것이다. 찾은 것이 더 신기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