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면 @오래된할매가야밀면

얼마 전에 함께 일하고 있는 서부장님께 부산에서 어디 밀면이 맛있냐고 물어 보니 밀면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한다. 부산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서울 사람 입장에서 부산가서 얼마 안되는 기회에 밀면을 골라야 한다면 그래도 맛집을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 검색을 해보며 리스트업을 해 보았다. 그 중에서 이번에 여행하고자 하는 영도쪽에서 가까운 남포동에 위치한 할매가야밀면을 선택했다. 카카오맵에 나오는 명칭은 오래된할매가야밀면이고 나중에 계산을 하면서 영수증에 찍힌 명칭은 그냥 가야밀면이다.

점심시간을 어떻게든 피해 보고자 이번에는 거제 숙소에서 서둘러 나와 부산 남포동에는 점심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래된할매가야밀면에 도달하니 다행히 12시 전이었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1층 좌석은 거의 다 차있는 상태였고, 난 혼자온 손님들을 앉히려고 만든 라운드테이블에 착석을 하여 밀면(小)를 주문했다.

얼마 후 서빙된 밀면의 모습은 나를 살짝 당황케 했는데, 육수에 잠겨 살작 고개를 든 국수위에 고추가루 다대기도 한가득 올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냉면으로 비유하자면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합쳐 놓은 비주얼이 아닌가! 이걸 섞으면 고추가루 탄 물에 국수를 말아 먹는 격이 되는데, 이러한 음식을 먹어 보지 않은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식초와 겨자를 넣어서 비벼 먹으라는 안내문(?)에 따랐고 약간의 망설임 끝에 비벼서 고추가루 국물을 만들었다. 그리고 맛을 보았는데 맛이 나쁘지 않다. 평소에 비빔냉면을 선호하는 편이고, 물냉면은 아주 잘하는 냉면 전문점에서 가끔 먹는 편인데, 이 밀면은 비빔냉면과 물냉면을 섞어 버린 형태니 비교할 수 있는 음식이 없다. 부산에 살면 종종 밀면을 먹을 것같은 수준의 맛이다. 물론, 비빔밀면이라는 메뉴도 있기도 한데, 서부장님에게 비빔밀면에 대해서 물어보니 그럼 쫄면이랑 똑같지 않냐고 웃으셔서 그냥 밀면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밀면의 면은 쫄면과는 다르다.

좀 후회되는 것은 겨자에 욕심을 내서 너무 많이 넣었더니 나중에는 코끝이 찡해서 국물을 먹기가 힘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덕에 만두가 땡겨서 만두도 주문했는데, 그럭저럭 괜찮은 만두맛이었다.

흥미로웠던 것은 밀면이 나오기 전에 따뜻한 면수를 주는데 이 면수가 상당히 짜서 몇 번 마시고 안마셨는데, 나중에 밀면을 먹고 나서 이 면수를 마시니 간이 적당하게 느껴진다. 겨자에 혀가 마비되어 그런 것인지 원래 시원한 밀면을 먹으면서 먹으면 이 정도의 간이 적당하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부산에는 한약냄새가 나는 밀면을 파는 곳도 많고 서울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맛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강한 불호를 느낄 수 있으니, 비교적 무난한 밀면을 맛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오래된할매가야밀면은 추천할 만 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