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카페

이번 부산 여행은 영도 지역을 도는 것이었고, 그 시작은 신기산업카페라는 곳에서 시작하였다. 검색을 통해서 우연히 발견한 곳인데 정확한 공식 명칭이 어떻게 되는 지는 잘 모르겠다. 신기카페라고 부르기도 하고 카페신기산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아마도 신기산업이라는 곳에서 건물을 카페로 개조하여 만든 것이라고 추측을 할 뿐이다.

난 서울에서 나들이를 할 때 먼거리는 지하철을 이용하고 가까운 거리는 그냥 걸어서 가는 것을 선호하는 편인데, 부산에서는 그런 이동 방식이 좋은 선택이 아닌 경우가 많다. 거리상으로 가깝다고 도보를 이용했다가는 엄청난 오르막길을 경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기카페 또한 그러했는데, 가까운 정류장에 내려서 그냥 걸어서 올라가자고 생각했던 곳인데 엄청나게 가파른 오르막길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토크가 좋은 디젤차가 유리한 지형이었다. 1마력도 안되는 나의 두 다리로 힘겹게 신기카페까지 다다르니 땀이 줄줄 흐를 정도이다. 다른 이들에게는 차로 이동하거나 인터벌이 좀 길더라도 근처까지 데려다 주는 마을버스 이용을 추천한다.

신기카페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올라오는 길에 보이는 다른 집들이나 건물들이 허름하기 짝이 없는데, 대조적으로 신기카페의 엑스테리어는 새하얀 유광 페인트로 칠해져 있기 때문이다. 말그대로 언덕위의 하얀 건물이다. 자동문 버튼에 신기산업의 자음만을 따서 새겨 놓은 ㅅㄱㅅㅇ이라는 표식이 모던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땀이 날 정도로 더운 상태이지만 테라스에서는 땀이 금방 식고 추위를 느낄 수도 있기 때문에 테라스 이용이 가능한 지를 확인한 후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음료의 가격은 다소 비싼 편이다. 아메리카노의 퀄리티는 그리 기대하지 않았고, 그냥 오버 로스팅한 원두의 맛이 나는 편이다.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부산항대교의 전경은 최고의 뷰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엄청난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온 수고로움에 대한 보상으로는 충분하다. 또한 이 뷰를 감상하기 위에 테라스 끝에 배치된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맛도 그만이다.

한 시간 이상 앉아 있었음에도 자리를 떠나기가 싫다. 그래도 다음 스팟으로 이동을 위해 테라스를 내려왔다. 내려올 때는 (당연히) 내리막길이라 힘이 들지 않아 걸어 내려올 만 하다. 신기카페 이외에도 이 부산항대교 조망권을 팔기 위해 세워진 카페들이 몇 몇 보인다. 이 동네는 서울 성수동이 지금처럼 핫해지지 직전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