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대와 영도등대

신기카페에서 부산항대교의 뷰를 충분히 즐긴 후 버스를 타고 태종대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인 "차고지"에 내렸다. 내리자마자 유람선을 타라는 호객행위가 시작되면 제대로 찾아온 것이다. 유람선을 추천하는 사람은 없고 다들 다누비열차를 타라는 글이 많아서 처음부터 유람선이 계획에 없던 터라 호객행위를 그저 무시하고 조금 더 태종대 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100m 정도 더 올라가면 다누비열차 타는 곳에 다다를 수 있다. 다누비열차는 과천서울랜드에 가봤다면 한 번쯤은 타봤을 코끼리열차 같은 것인데, 태종대쪽으로 자가용이나 대중교통수단은 출입할 수 없으므로 이 열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다. 일종의 자유이용권같은 것을 발급 받으면 처음에는 회차에 맞춰서 열차를 탈 수 있고, 나중에 돌아올 땐 곳곳에 위치한 정류장에서 자리 남아 있는 아무 열차나 타고 탔던 곳으로 돌아오면 되는 시스템이다. 이 열차가 서는 곳은 전망대, 영도등대, 태종사인데, 전망대와 영도등대는 거의 붙어 있기에 둘 중에 아무 곳에서 내리면 되고, 태종사는 딱히 불심이 깊지 않는 한 잘 가지 않는 곳임으로 사실상 정류장은 두 곳이라고 보면 된다.

안타깝게도 하필이면 전망대가 내부 공사중이라고 하여 내부를 들어갈 수는 없었으나, 전망대 본연의 역할인 해안절벽 조망은 전망대 근처에서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다만, 딱히 볼 것은 없고 바람만 징하게 불었다. 작년 통영 방문때 들렀던 미륵산 전망대를 경험한 이후 바다의 뷰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높아 져서 이제는 왠만한 바다 조망으로는 만족을 할 수가 없다. 참고로 태종대 전망대 내부에는 최지우 전시회가 있다고 하는데, 내가 최지우 팬이 아닌지라 딱히 아쉽거나 하지는 않았다.

조금 걸어가면 바로 영도등대를 비롯하여 신선바위나 망부석바위 등을 볼 수 있다. 검색해본 블로거들의 자료를 보면 신선바위나 망부석바위 근처에서 사진을 찍는 경우도 많던데 추워서 그런지 아무도 내려가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없었다.

영도등대 내부에도 들어갈 수 있는데, 우리 나라 해안가에 설치된 유명 등대의 리스트를 볼 수 있다. 이 등대들의 사진들을 보고 깨달았던 것은 작년 늦가을에 방문했던 소매물도의 등대가 우리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등대였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마음에 들기는 했지만 최고로 멋진 등대인 줄은 몰랐으나 영도등대와 비교하면 소매물도의 등대가 훨씬 예쁘다. 태종대 와서 소매물도를 그리워하는 아이러니라니...

해안절벽 아래에는 해산물을 파는 상인들이 좌판을 펼쳐 놓고 있었고, 그 옆에 그 해산물을 먹을 수 있게 평상이 깔려 있었는데, 바람이 워낙 거세서인지 굳이 저 평상에 앉아 매서운 바닷바람을 정통으로 맞으며 해산물을 맛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태종대는 원래 이렇게 바람이 매섭게 부는 것인지 오늘이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부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번 부산 영도 여행은 바람으로 기억될 것같다.

태종대에서 2시간 정도를 소비할 예정이었으나 버스 대기 시간 등을 포함하면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뭔가 한 것은 많이 없는데 시간도 많이 흐르고 바닷바람을 많이 맞아서인지 체력 소모도 큰 느낌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