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여울문화마을

차고지이자 태종대정류장에서 급행버스를 타고 흰여울마을에 도착했다. 태종대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려서 도착시간은 예상보다 15분정도 늦어 졌지만 여행 전반적으로는 이때까지 시간 계산을 잘 한 편이었다.

흰여울마을이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의미하는 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뭔가 팬시한 카페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하는 곳이 시작점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푸른색으로 도색된 해안 산책로도 흰여울마을에 포함되는 지도 잘 모르겠다.

흰여울마을이 원래 그렇게 유명한 곳이 아니었는데 영화 변호인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갑자기 뜨게된 곳이라고 한다. 난 그 영화를 본 적이 없어서 영화에서 이 곳이 어떠한 느낌으로 스크린에 투영되었는 지 잘 모르겠지만, 나름 관광지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많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지난 번에 방문했던 금천문화마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우선 해변가에 위치해 있고 새하얀 느낌에 강렬한 푸른색이 끼어든 느끼미라 알록달록했던 금천문화마을과는 그 첫인상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물론, 금천문화마을이 덜 낙후되었다 인상을 주긴 한다.

사실, 흰여울마을을 어떤 방식으로 구경해야 할 지 좀 막막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처음과 끝이 어딘 지도 모르겠고, 어디가 가장 유명한 지도 모르겠어서 그냥 발 길이 닿는대로 별 생각없이 돌아 다녔다. 익스테리어를 하얗게 칠해 놓은 여러 팬시한 카페들도 멋져 보였지만 난 해변가에 만들어 놓은 산책로가 더 마음에 들었다. 서울에서 한강변을 걷거나 중랑천 둑을 걷는 것과는 좀 다른 느낌을 준다. 당연히 바닷가 산책로는 다른 느낌일 수 밖에 없다.

해변가 산책로의 끝에는 터널을 뚫어 놓고, 터널을 통과하면 바위와 모래가 섞인 해변으로 연결되게 만들어 놓았는데, 보행자의 편의를 고려했다는 점에서는 칭찬해줄 수 있겠지만, 터널을 뚫기 위해 사용된 예산을 생각해보면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동굴 안은 LED를 이용해 화려하게 꾸며 놓았다. 아무래도 흰여울마을이라는 브랜딩을 위해서 건물을 하얗게 칠해 놓는 것만으로는 좀 부족했다는 생각에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흥미로운 광경을 보았는데, 배들이 인근 해안에 정박해 있는 모습이었다. 난 배들이 당연히 항구에 정박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저렇게 항구에서 꽤 먼 거리에 떠있는 모습은 상당히 생경했다. 마치 전쟁 시뮬레이션에서 플레이어가 일부러 배들을 전략적으로 배치해서 진을 짜놓은 듯한 인상을 주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항구 이용에도 비용이 들텐데 굳이 항구에 들어올 필요가 없는 배들은 저렇게 바다 위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곤 하겠구나 싶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