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모래축제

주말 부산여행지 중 그동안 아껴두었던 해운대를 마침내 방문하였다. 모르고 갔는데 마침 모래축제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살다보면 이러한 행운을 얻을 때도 있다. 벌써 해수욕을 시작한 사람도 있지만, 아직까진 한창 해수욕할 시기가 아닌지라, 모래 축제가 아니었으면 좀 심심할 뻔했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역시 해운대모래축제라고 씌여진 저 모래성일 것이다. 흔히 말하는 그냥 모래를 쌓아 올린 모래성이 아니라 말그대로 예술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모래성을 쌓아 놓았다. 어떻게 모래를 이런 식으로 쌓아서 각을 세울 수 있을까 나름대로 추측을 해보았는데, 역시 본드 떡칠을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사용된 모래의 양보다 본드의 양이 더 많을 수도...

돌아서 보면 이 모래성이 사실은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모래성일 수도 있다는 추측을 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다들 여기서 자리를 조금씩 차지하고 사진을 찍기 위한 경쟁이 벌어 져서 모두다 제대로된 사진을 찍을 수 없을 것같았다.

거대한 모래성을 제외하면 가장 인기있었던 작품이 이 여인이 아닐까 싶다. 작품마다 이름을 붙여 놓았는데 유심히 지켜보지도 않고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치 않아 기록해 두지 않았지만, 작품 속의 여자가 걸친 이 천이 마치 살아 움직일 듯하게 묘사를 해 놓았다. 이 작품 역시 좋은 자리에서 배경삼아 사진을 남기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난 살짝 비켜서서 그들의 경쟁을 지켜 보았다.

다른 이들에겐 딱히 인기가 없었지만, 이 거문고(?) 켜는 여인을 담은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 이 작품을 배경으로 셀피를 한 장 남길까 하다가 역광이라 포기하였다.

모래 축제의 작품들을 충분히 감상한 후 조금 떨어진 해변에서 이렇게 사진을 남겨 보았다. 사실, 면도기를 챙겨오지 않아 인근 홈플러스에서 구입한 면도기는 뜯지를 못해서 결국 면도를 못한 상황이기도 하여 적극적으로 사진을 찍을 생각이 없었는데, 언제 다시 해운대에 오겠냐는 생각이 들어 애써 찍은 여러 장 중에 그나마 볼만한 것을 이렇게 올려 본다. 배경이 너무 뭉개질 것 같아서 심도 조절을 했는데, 그 바람에 광량 조절에 실패하여 보다시피 과다노출된 사진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쟁여 놓았던 해운대를 찍고 미포철길을 걷기를 위해 자리를 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