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삼십육계 제19권 『부저추신』 증보숭

가마솥에서 끓고 있는 물을 무리없이 식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궁이에서 장작을 빼내는 것이다. 급하게 식히려고 찬물을 붓거나 하다가는 불상사를 겪게 될 것이다. 삼십육계의 19번째 전략인 부저추신이 바로 이런 뜻이다. 즉, 전쟁에서 상대의 기세가 너무 강할 경우 정면 대결을 피하고 계략을 사용하여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적의 기세를 꺾는 전략을 말한다. 말이 쉽지 상대가 바보가 아닌 이상 성공하기 매우 힘든 전략이다.

소설 삼십유계에서는 부저추신을 설명하기 위하여 당나라 말기 지방 절도사들이 난을 일으켜 혼세가 된 상황에서 이소라는 책략가가 부저추신의 계를 써서 백성들과 군사들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난을 평정했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정면 대결을 했더라면 승패를 예상하기도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같은 당나라의 사람들끼리 피를 보며 당나라의 마지막이 더 앞당겨 졌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책에서는 반란을 일으킨 절도사 중 하나인 오원제를 감정만 앞세우는 무능한 우두머리로 묘사해 놓은 반면에, 이를 상대할 당나라 장군 이소는 제갈량급 활약을 펼치는 수준으로 묘사해 놓아 좀 말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어차피 이런 혼세에는 말이 안되는 일이 워낙 많이 일어나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책에서 말하는 바를 이해하면 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