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나루공원에서 부산여행을 정리하며

신세계 센텀시티점 폴바셋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고 심이누나와 헤어졌다. 아직 좀 시간이 남아서 원래 심이누나와 함께 가보려고 했으나 햇볕이 너무 강렬해 포기했던 APEC 나루공원에 혼자 가보기로 했다. 이제 저녁이라 선선해졌으니.

APEC 나루공원은 수영강을 따라 조성된 수변공원인데 특별한 것은 없었고, 그저 동네 주민들의 산책코스로 이용하기 좋은 공원이라고 보면 된다. 관광객이 굳이 와서 볼 만한 곳은 아니지만, 신세계 센텀시티점이나 영화의전당이 부근에 있으니, 오는 길에 슬쩍 이쪽으로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하다.

APEC 나루공원의 어느 벤치에 앉아 이번 부산여행을 정리할 시간을 가졌다. 지난 세 차례의 부산 여행을 통해 부산에 대해서 왠만한 볼 것은 다 보았으니, 이번 부산여행은 서울에서 내려온 지인들과의 보너스 여행이라고 생각했으나, 부산의 재발견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존 여행에서 놓쳤던 점이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목표지향적인 사람은 여행의 과정에서 찾아 오는 우연한 묘미같은 것을 그저 지나쳐 버리게 마련이고, 나 또한 그러했다. 이럴 때 동행한 다른 이들의 시선으로 내가 놓쳤던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꽤 도움이 되었다.

즉, 혼자 여행을 한다는 것은 여행지의 낯선 환경을 도구삼아 자기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엿보는 것이라면, 누군가와의 여행은 다양한 시선으로 여행지 곳곳을 좀 더 빈틈없이 관찰할 수 있기에 여행지와 여행자가 좀 더 밀접하게 연결되는 경향이 있다.

함께하는 여행의 또다른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다채로운 인물사진일 것이다. 당연하게도, 혼자서 여행을 하는 경우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셀피를 찍게 되는 반면, 함께 여행했을 때는 함께 사진을 찍는 경우도 있지만, 각자 셀피를 찍는 시간이 자연스레 주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사실, (특히 남자는) 혼자 여행하면서 셀피를 찍는 것이 다소 쑥쓰러울 수도 있는데, 여럿일 경우 좀 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된다. 이것은 위에서 언급한 여행지와 좀 더 밀접하게 연결되는 경향과는 상반된 점일 것이다. 오히려 풍경사진은 혼자 다닐 때 더 많이 찍게 된다.

유년시절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1학년 초반을 보내기도 했던 부산이지만, 그 후 30여년동안 단 한번도 방문하지 않았던 부산을 2019년에는 벌써 네 번이나 방문하게 되었다. 30여년 동안 부산은 엄청나게 변해 왔고, 그 30년간의 변화를 두 눈으로 직접본 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물론, 이제는 2019년의 부산도 꽤 익숙한 곳이 되었고 마음에도 든다. 국내로 한정하여 서울 다음으로 살고 싶은 곳이라 느껴졌다.

당분간 부산에 올 일은 없을 테지만, 시간이 지나도 찍어 놓은 수십장의 사진들을 통해 네 번의 여행에서 경험했던 부산을 기억해낼 수 있을 것이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많은 경험을 만들어준 여행이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