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펠 샐러드 @칙피스

책 낸 이야기도 들을 겸 오랜만에 지연이를 만나기로 하고 장소 섭외를 하다가 마지막에 결정된 곳이 바로 가로수길에 위치한 칙피스라는 비건 레스토랑이었다. 비건들에게는 꽤 유명한 곳인 듯하다. 가보니 비건으로 보이는 외국인들도 많아 보였다. 난 비건이 아니라 단계별로 어디까지 가능한 식당인지는 잘 모르겠다.

굳이 비건이 가능한 곳으로 정한 이유는 지연이가 『나를 데리고 떠났다』에서 비건에 대한 이야기를 써놨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육류를 먹으면 몸 컨디션이 안좋아져서 주로 채식을 하는 편이지만 육식을 전혀 안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점심때도 제육볶음 먹었다고... ㅋㅋㅋ

그래도, 비건 레스토랑에 왔으니 대표 메뉴를 안먹어 볼 수는 없는 일, 팔라펠 샐러드Falafel Salad가 대표적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의 평도 괜찮아서 주문해 보았다. 그리고, 그릴 쉬림프 샐러드 Grilled Shrimp Salad와 부채살 라이스Flat iron Steak Rice 또한 주문하였다. 나중에 다 나오고 보니 양이 많아서 과연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라이스를 좀 남긴 것을 제외하면 거의 다 먹어서 피식했다.

팔라펠 샐러드는 병아리콩을 이용하여 비건들에게 고기 대용의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인 듯한데, 고기맛이 나지는 않았고, 식감은 마치 고로케 같았다. 그리고, 난 느끼한 음식을 잘 먹는 편임에도 느끼함을 강렬하게 느껴서 같이 담겨 있는 야채를 많이 먹으며 느끼함을 달랬다. 역시, 콩으로 고기를 대체하는 것은 적어도 맛에서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쉬림프 샐러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샐러드 위에 커다란 새우 세 개를 꼬치에 꼽아 올려 놓은 음식으로 기대하는 맛을 보여 주었다. 난 워낙에 새우를 좋아하기에 셋 중에 이 메뉴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부채살 라이스라는 메뉴는 샐러드 위에 부채살을 얹은 메뉴이다. 역시 기대한 바를 충족시켜 주는 메뉴였고, 고기 또한 미디움 수준으로 익힌 것 치고는 꽤나 부드러웠다. 난 보통 안심을 가장 선호하는 편인데 이번에 먹은 부채살은 이에 버금갈 정도로 맛이 괜찮았다.

이렇게 태어나서 처음 방문해본 비건 레스토랑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생각해보면 비건 메뉴 보다는 비건 따라온 일반인들을 위한 음식을 더 많이 주문했기에 완전한 성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외식하기 힘들어하는 비건들의 고충을 살짝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나름 뜻깊은 날이었다. 물론, 난 앞으로 계속 육고기를 즐길 것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