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로의 여행, 피카소에서 백남준으로

처음 가보는 덕수궁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이 정식 명칭인가? 덕수궁도 처음 가보는 듯. 미술관을 입장권이 있으면 덕구숭 입장권은 무료여서 덤으로 덕수궁구경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고궁들과 융화될 것 같지 않은 서양식 건물이 서 있고, 그것이 바로 덕수궁 미술관이었다.

전시회의 이름은 20세기로의 여행, 부제는 피카소에서 백남준으로. 네덜란드 화가들의 작품들과 백남준을 비롯한 한국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추상미술이어서 전체적으로 상당히 난해하고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어쩌다가 아는 작품이 나와도 자세히 보면, 누군가가 페러디를 해서 만든 것이고... 아무튼, 추상미술의 세계는 넓고 험하다.

해시계를 바라보며...

연출샷이다. ^^;;

셀프샷을 방해하는 승희의 만행

여러 번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뒤에서 셀프샷의 배경을 망쳐놓고 있는 승희

아웃포커싱이 확실하게 성공한 사진

간만에 괜찮은 사진 하나.
승희가 마침내 하나 만들어 내었다.
내 10배줌 카메라의 위력으로 아웃포커싱 성공!! -.-V

노란 우산

눈감으면 코베어간다는 서울, 그러나 이 속담이 서울 토박이인 나에게도 해당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승희와 난 미술관을 나와서 사진 찍을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다 비가 오고 있어서 우산이 참 걸리적 거렸다. 그럭저럭 괜찮은 장소를 찾은 우리는 잠시 우산을 펴놓은 채로 옆에 두고 사진 찍는데 여념이 없었다. 대충 다 찍었다고 생각하고 덕수궁을 나오겠다는 생각이 머리에 들어가기 바로 전, 우리는 우산이 없다는 것을 알아채렸다.

사진때문에 우산과의 거리가 조금 멀어지기는 했지만, 설마 그 짧은 시간 동안 우산을 가져갈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상상을 할 수가 없었다. 바로 옆에 한국 전통 문화에 대한 전시장이었기 때문에 별로 관심도 없는 전시회실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아마도 나가면서 가져가지 않겠느냐는 승희의 말에 이미 반포기상태이기는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어갔던 것이었다.

주위를 둘어보던 순간, 어떤 초딩으로 보이는 녀석이 노란색 우산을 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초딩에게 달려가서 그 우산 혹시 줏은 거 아니냐고 하니까 아니란다. 그래서 확인 좀 해볼 수 있냐고 양해를 구한 뒤 펴보니 확실히 내 우산이다. 우산대 중 하나의 관절이 휘어져 있는 것 하며, 흙탕물이 묻은 무늬, 그리고 타원형 손잡이, 게다가 승희가 묶은 우산 껍질의 매듭상태까지... 확실했다.

나는 그 초딩에게 다시 물었다. 이거 내 우산같은데 저 밑에서 주은거 아니냐고... 그랬더니 이 초딩새끼가 끝까지 자기 우산이라고 우기는 것이었다. 엄마에게 집에서 받아 왔다는 알리바이까지 만들어 가면서... 난감했다. 이름이 써있지 않으니 내꺼라고 뺏어서 가지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 초딩새끼는 자신이 큰 죄를 지어서 그 죄를 부인해야만 한다는 생각때문인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자신의 습득 사실을 부인했다.

내가 이 우산 때문에 고민을 해야 하나, 어짜피 우산대 하나 휘어져서 더 망가지기만을 기다린 우산 아니던가! 뭐 이런 생각으로 그냥 포기하고 가려는 생각과 이놈의 초딩새끼한테 당했다는 기분이 대립하고 있을 찰라, 누군가가 "왜 그러시는데요?"라고 끼어든다. 그 초딩새끼의 누나였다.

그 이후로는 쉽게 문제가 해결 되었다. 이 우산 주은 것 아니냐는 나의 질문에 이 초딩새끼의 누나는 그냥 떨어져 있어서 가지고 왔다는 솔직한 대답을 하며, 끝을 흐렷지만, 아이가 놀라서 거짓말을 한거라는 의미를 전달하려고 애썼다. 나도 더 이상 추궁하지 않고, 우산을 가지고 나왔다.

요즘 초딩들 무섭다 무섭다 해도, 다만 온라인에서의 이야기려니 했는데, 그게 아닌듯 하다. 끝까지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표정하나 바뀌지 않으며 알리바이를 관철시키는 배짱하며, 어디서 주은 것이냐는 고도의 유도 심문에도 놀아나지 않는 명석한 두뇌하며,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며 오히려 나에게 무고죄를 뒤집어 쒸우려는 공격성까지...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