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타이거즈

초등학교때는 야구를 유난히 좋아했었다. 초등학교 단짝이었던 지홍이와 잠실 1단지 주공아파트 79동앞 잔디밭을 홈그라운드로 사용했던 시절이었다. 잔디밭에 들어가지 말라는 푯말을 스트라이크 존으로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자연스럽게, 프로야구도 좋아했다. 하지만, 부자연스러웠던 것은 나는 물론이요, 아버지, 어머니 아무리 찾아봐도 상관이 없는 광주를 연고로한 해태 타이거스를 무척이나 좋아했다는 점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난 지역감정이나 연고지같은 거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물론, 우리 세대가 다들 그렇기도 하고... 그냥, 해태 타이거스의 호쾌한 야구가 좋았다. 국보급 투수 선동렬의 낮게 깔리는 슬라이더에 열광했고( 그가 나온 게임에서는 무사 만루의 상황에서도 전혀 걱정이 되지 않았다 ), 선동렬-조계현-이강철로 연결되는 믿음직한 선발라인, 틈틈이 2루를 노리던 이순철, 김성한-한대화-박철우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 어떤 볼도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은 장채근, 지금은 흘러간 스타들...

해태 타이거즈에겐 지금의 기아타이거즈에서 느낄 수 없는 열정이라는 것이 있었다. 아마... 선동렬의 일본 진출 이후, 그 열정은 조금씩 조금씩 사그러졌던 것 같다.

이제는 다른 팀의 감독이 되어 우승을 거머진 선동렬를 보면서, 가끔 옛 시절이 그리워 진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