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교와 한이불에 들어가다!

DB시험이 9시에 있어서, 도저히 아침에 일어날 자신이 없고, 시간을 절약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하루 신세를 지기로 하고 창교네 집에서 잔 것이 어제이다. 어제의 이야기를 하자면 이렇다.

5남 도셔관에서 11시까지 DB공부를 하고, 약속대로 창교와 만나 창교네집으로 향했다. 향하는 길에 떼레 드 글라스에서 아이스크림 한사발 사가지고 갔다. 창교도 다행이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취향은 약간 다르지만...

창교는 기숙 형태로 주거하고 있었는데, 주거 환경이 그리 훌륭한 편은 되지 못했다. 제대와 함께 타이트하게 복학하는 바람에 좋은 방을 구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방은 아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남자방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방바닥이 좀 미끄러운 것이 문제였지만... 하지만, 화장실은 세면기가 없어서 상당히 불편했다. 익숙해지면 상관없지만, 세면대 없는 곳에서 세수하는 일은 익숙해지는데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내 경우에는 그랬다 ).

자야할 시간, 우리는 한 이불을 덮고 자게 되었다. 처음에는 꽤나 어색한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 때 친척들과 이런 식으로 자본 이후로 이렇게 자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뭐, 특별히 이상할 것은 없었는데, 벌써, 우리의 나이가 여자와 한 이불에서 자는 것 보다 남자와 한 이불에서 자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시기가 되었다는 것이 조금 아쉬울 따름이었다. 다만, 난 벽쪽에서 잤기 때문에, 새벽무렵, 창교가 내쪽으로 붙는 바람에 난 창교와 벽 사이에 찡기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원래 아무곳에서나 잠이 잘 드는 편인데, 어제는 왠지 잠이 오랫동안 오지 않았다. 2시 30분까지 잠을 자지 못했던 것 같다.

원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고 했는데, 어제 잠을 설친 관계로 그냥 7시쯤 일어나, 창교의 고장난 3단우산을 빌려쓰고, 창교의 라이프 스타일대로 토스트를 하나 먹고, 8시에 시험교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어제 족보를 보고 정리해 놓은 몇 가지 예상문제의 답을 외우면서, 이러고 있는 내 자신이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족보를 봤다는 것 자체도 싫었고, 또한 이러한 필요도 없는 단순 암기 문제에 매달리고 있는 것도 싫었다.

시험이 되어, 방금 달달 외웠던 DB의 정의 등을 써내려가면서, 몇 가지는 잊어버려서 쓰지 못했고, 비중이 높을 것으로 보이던 SQL문 기술은 평소에 워낙 알바에 시달렸던 터라 나름대로 잘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워낙 특수한 상황을 연출해준 터라 정답임을 장담할 수는 없었다.

뭐, 이렇게 해서, DB시험은 무사히 치룰 수 있었다. 창교야, 덕분이다. 그리고, 재밌었다. 이번엔 자러 갔지만, 다음엔 놀러갈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