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플라스틱 버블

신용카드를 플라스틱 머니라고 부른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에서 무분별하게 발급되는 신용카드의 문제점을 빗대어 플라스틱 버블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2002년 4월 20일자 ).

그렇다. 신용카드가 정말 많이 발급되고 있다. 정부가 규제하기 전에는 어디서나 신용카드 가입 가판대가 늘어져 있었고, 은행을 들러도 어느 창구에서나 신용카드 발급 권유가 끊이질 않는다.

카드사 TV광고를 보라. 정말 초일류 모델들의 각축전이 되어버렸다. 과열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업체들의 노력으로, 우리는 신용카드 발급이 참 쉬워졌다. 이것저것 자격 요건 따지지도 않고, 해달라 그러면, 왠만하면 다 해준다. 나 또한 신용카드가 두장 있다. 주사용 카드로 쓰는 국민패스카드와 영화 할인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삼성 시네프리카드. 다른 사람들도 이 정도의 카드는 보유하고 있지 않나 싶다. 뭐, 회사 다니는 사람들은 그 이상일 수도 있다.

이러한 무분별한 카드 발급 남용으로 가장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가계 빚이 늘었다는 것이다. 또한, 신용카드의 주 목적에서 벗어나, 현금 서비스, 또는 카드깡같은 편법 대출 등이 성행하고 있다.

이렇게 카드 발급이 남발되어 가계 빚이 늘어난 데에는 정부의 방침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세금을 걷기 쉽다는 이유로 조그만 구멍가게에 까지 카드를 받으라고 압력을 넣고, 카드를 받는 업체는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등의 당근 작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을 카드사나 정부에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신용카드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버리는 지혜를 가질 필요가 있다. 솔직히,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신용카드가 없을 때보다 돈을 더 쓰게 되는 것은 맞는 말이다. 가끔은 나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쫙~ 긁어버릴까 하는 충동이 생기기도 한다. 다행이 패션에 무관심한 탓에 그런 충동은 별로 나를 자극하지 못한다. 하지만, 만약에 전자상가에서 카드를 받는다면( 카드 수수료 없이 ), 정말, 끔직한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

카드대금 청구서가 날아올 한달 후를 자각하는 일, 쉬운 것은 아니다. 긁을 때의 쾌감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것이다. 미리 한달의 경제규모를 추산해서 계획을 짜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피해갈 수 없는 신용카드, 올바르게 쓰도록 노력하자! 결론이 뭐 이래... ㅡㅡ;;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