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미술시간에

갑자기 중학교 미술시간이 생각난다. 비누조각 시간이었다. 비누로 흉상을 만들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불러도 모를 정도로 열심히 조각칼을 움직이고 있었지만, 형편없는 결과물에 미술 선생님도 안타까워 했다.

오기가 생겼다. 집에가서 될때까지 만들었다. 세탁비누 여덟개정도를 가루로 만들었을 때, 비로서 만족할 만한 작품이 나오게 되었다. 며칠동안 손에서 비누냄새가 없어지지 않았지만, 꽤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에 전학을 가게 되었는데, 새로 다니게 될 학교에서 다시 비누조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는 한번만에 멋진 작품이 나왔다. 이미 여덟개의 비누로 연습한 실력은 타 학생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형평없는 미술실력을 노력으로 극복하곤 하였다. 다른 필기과목이 어렵지 않게 수, 우를 맞는 반면에, 미술, 체육, 음악 등 실기가 많은 예체능 과목은 항상 고전을 하곤 하였다. 그나마 체육은 연습을 통하여 극복이 되었지만, 미술, 음악은 우를 맞기도 벅찼다. 그 중에서도 음악이 가장 힘들었다. 악기 연주는 배웠던 피아노로 손쉽게 해결이 되었지만, 가창은 역시 많은 좌절을 안겨주곤 하였다.

지금은 어떤가? 조금만 하다가 안되면 포기하고, 눈앞의 이익이 없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비누조각 여덟개를 연습한 그 열정과 인내는 어디로 갔을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