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K 2002

24일에 가기로 했던 SEK 2002 전시회를 마지막날인 25일에 가게 되었다. 갈수록 형편없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SEK지만, 컴덱스 등의 전시회도 같은 처지이고 그렇다고, 1년에 한번하는 볼거리를 그냥 넘어가기가 뭐해서 사진이나 끽을꼄 가벼운 마음으로 입장하게 되었다. 게다가 사전등록자는 무료 아닌가!

사전등록자는 3층에서 ID를 발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3층 윈도우 월드 전시회부터 보게 되었다. 이 전시회는 SEK자매전시회인지 항상 같이 열림은 물론이고 같은 ID로 입장할 수가 있다.

3층 윈도우 월드에 입장하자마자 만난 것은 차태현 사진이었다. 바로 잉크테크가 입구 앞에 위치하게 된 것이다. 잉크 테크에서 전시하는 건 뻔하지. 잉크다. 그냥 슬쩍 지나쳐버리자 오른쪽( 필자는 항상 오른쪽으로 도는 경향이 있다 )에는 Microsoft의 .NET Street이라는 부스가 보였다. 윈도우 월드 답게, Microsoft와 협력사들로 채워져 있었고, 외곽의 대형부스는 모두 MS의 차지였으며, 엄청난 마케팅을 하고 있었다. 물론, 작년과 특별히 다른 점은 .NET의 등장일 것이다. 이와 함께, Windows CE의 홍보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는듯 했다. 물론, eXPerience Center에서 Windows 시리즈 홍보를 잊지 않았다. PDA시장은 아직 MS의 독점력이 미치지 못하는 얼마 안남은 분야다. 그러나, 곧 PDA의 운영체제도 Windows CE로 통합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시연해 볼 수 있게 마련해둔 장소가 상당히 끌린다.

휴대폰에 개인 사진을 도장해 놓은 부스를 봤는데, 사진 찍느라, 사람에 치이느라 바빠서, 원리를 물어보지 못했다. 아마도 판박이 같은 거겠지.

MS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3층은 이것으로 끝내고, 1층으로 내려왔다. 1층 입구에 특별히 눈에 띨만한 부스는 없었고, Easy CD Creater로 유명한 Roxio사의 부스가 약간 오른편에 위치해 있었고, 곧 망할 한글 도메인 서비스를 주도하고 있는 넷피아, 그리고, 컴퓨터 교육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잇는 Bit컴퓨터가 자리잡고 있었다. 광학전시회에서 상당히 거창한 부스를 자랑했던 후지필름은 이번 전시회에서는 조촐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부스를 마련하고 특유의 녹색 컨셉을 잘 살려놓았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눈에 띠는 것은 소니부스였다. 소니부스라기 보다는 Play Station 2 전용관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PS2에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게임을 시연할 수 있게 해 놓았고, 도우미들이 자세하게 설명도 해주고 있었다. 이론은 빠삭한듯 보였다.

오랜시간 PS2 부승 머무른 후에( 아마도 PS2 매니아와 같이 관람했으면, 이 게임들을 다 시연해보느라 PS2부스에서 관람을 마쳐야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 LG전자 부스로 갔다. LG부스 디자인은 이번 대형 부스들 중에서 최악이었다. 월드컵의 효과에 무임승차하겠다는 의도인 것 같은데, 영 아니었다. LG와 월드컵의 관계에 대해서 관람객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전시하고 있는 PDP( plasma display panel )는 나를 매료되게 만들었다. 항상 우리집 거실에 60인치 Xcanvas가 걸려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화면의 방향성을 극대화한 LCD도 선보였는데, 회의할 때 상당히 유용할 듯하다. 물론 휴대폰 시연자리도 있었다. 부스도 이렇게 예쁘게 만들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항상 그렇듯, LG부스 옆에는 항상 삼성부스가 있다. 경쟁사라고는 하지만, 둘이 붙어 있는 모습이 사이좋게 보인다. 삼성의 부스 디자인은 상당히 환상적이었다. 위에 붙어 있는 3색 원반이 그 주 원인이기는 하지만, 이제까지의 밋밋했던 삼성의 부스 디자인에 비해서 월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컴팩트한 PC를 선보였는데, PC방 등에서 사용하면 괜찮을 듯 하다. 앞면에 작은 액정을 붙여 놓은 것은 좋은데, 아무래도 슬림디자인이다 보니 시디롬이 옆으로 붙어 있는 것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바다속을 배경으로한 휴대폰 전시도 꽤나 인상깊었지만, 디스플레이 장치들에 비해서 흥미도가 많이 떨어졌다. LCD들을 연결하여 멀티비전을 시연하는 모습이 보엿는데,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별로 쓸 일이 없을듯하다. 스크린이 넓어야 한다면, 프로젝션을 사용하면 될 것이고, 비용에 연연치 않는다면 PDP를 사용하면 될 것이다. 실외? 실외에서 뭐하려고 비싼 LCD로 멀티비전을 꾸미겠는가. 기존 브라운관으로 충분하지 않는가. 공간절약이라는 잇점이 실외에서 필요할까? 선명도에서는 앞도적이기는 하겠다. 다만, 시야각에서 또 문제가 될 듯하다. 삼성은 PDP사업과 더불어 LCD TV에 대한 투자에 상당히 적극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PDP보다 크기면에서 작지만, 선명도에서 결코 떨어지지 않고, 전기세만 보면 월등히 유리하다.

그 다음은 NCsoft이다. 이 회사가 낯설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리니지를 만든 회사라고 하면, 아하! 하고 맞장구를 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 리니지를 만든 회사라고 보면 된다. 삼성, LG와 맞먹는 상당한 부스를 차지하고 홍보에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 있었다. 중소기업에게는 더 많은 출혈이라고 본다. 하지만, 홍보에서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정말 많은 관람객들이 ncsoft부스에서 떠날줄을 몰랐고, 에버퀘스트의 캐릭터의 코스프레를 외국인이 하니까 정말 잘 어울린다. 사진을 찍으려 하자 포즈까지 취해 주었는데, 사람이 계속 지나가는 바람에 실패했다. 그나마 힘겹게 찍은 사진은 많이 흔들려서 폐기해버렸다.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다. 홍보 모델들의 유니폼에 다 날개가 달려 있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이제, 가장 기대가 되었던 애플 부스다. 매킨토시의 GUI는 내게 있어서 선망의 대상이며, G4시리즈 또한 그 디자인에 있어서 타종의 추격을 불허했다. 매킨토시용 mp3플레이어가 눈에 띄었는데, 하드디스크 개념의 저장 장치를 내장한 제품이었다. 노래가 컴퓨터에 들어 있는거냐, 이 플레이어에 들어있는거냐는 나의 바보같은 질문에 플레이어에 들어있는 것이라는 정확한 설명을 해 주었다. 내가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옆에서 관심도 없는 제품 특징을 외운데로 읽어주는 모델의 나레이션이 끝난 후의 어색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보다는 옆에 있는 iBook이 더 눈길을 끌었다. 키보드 하얀 노트북은 처음 본다. 새 디자인의 맥도 처음 보았는데, 참 앙증맞게 생긴 것이 애플마크 아래서 시디롬이 메롱~ 하고 튀어 나온다. 스피커도 귀여워 죽겠다. 이번 애플의 홍보 목표는 애플 컴퓨터와 멀티미디어 장치들과의 연개성 강조인가보다. 맥 화면에 나온 것이 나의 유일한 SEK 관람 증거일 듯 하다. 단독관람으로 사진을 찍을 기회가 없었다.

애플 부스 다음으로는 Adobe 부스가 보였다. 특유의 검은색 바탕 때문인지, 멀리서 보았을 때에는 별로 부각되지 않았지만, 조금 가까이 다가가자, 화려하면서도 난잡하지 않은 디자인 때문에 한동안 가만히 앉아 부스를 감상하고 있었다. 정말 Adobe 거리를 걸어가는 느낌이었다. 특별히 홍보 모델을 기용하지도 않았지만, 제품 시연회에서는 엄청난 사람들이 진지한 눈빞으로 화면을 처다보고 있었다. 이미 그래픽 업계에서 Adobe를 빼놓고 말할 수는 없는 상황 아닌가.

삼성 전자 본 부스와는 별도로 캐녹스 카메라 부스를 따로 만들어 놓고 있었는데,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필름 사진같이 뽑아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특별히 필픔 카메라보다 사진의 질이 떨어지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해상도가 워낙 엄청나다 보니... 수중에서도 촬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카메라 케이스도 흥미로운 점이었다.

PC방 캠발을 좌우하는 업체, 바로 하우리가 크지 않지만, 초라하지 않은 부스를 마련하고 예상과는 다르게 세큐리티 관련 제품을 홍보하고 있었다. 캠사진에서나 볼 수 있었던 브랜드가 세큐리티 관련 제품을 홍보하고 있으니까, 좀 우습기도 했다. 물론 기술이 우습다는 건 아니다.

PC Round라는 이름모를 업체가 경품으로 사람들의 광란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정말 요란했다. B2B 중심의 회사라는 근거없는 느낌을 받았는데, B2C였나...

아무튼, 별로 특별할 것 없는 관람회였고, 앞으로도 이 이상의 전시회로 거듭나기는 힘들듯해 보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사진을 가지고 관람한 첫번재 SEK라는 점에서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