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일기장에 대한 바램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것, 항상 유쾌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한참동안 방치해 두었던 일기장을 문득 꺼내볼때면, 항상 일기장에 씌어있는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운 흔적들 때문에, 그 일기장을 태워버리곤 한다. 일기장을 태워버리면, 마치 부끄러운 과거가 사라져 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때는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일기도 디지탈로 저장하는 시대인 것이다. 몇 년 전에도 디지털로 저장되어있던 일기들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이없는 실수로, 또는 어쩔 수 없는 일로 모두 날려버렸다. 그렇다. 디지털 일기장은 어떤 면에서 보면, 불에 태워버리는 것보다 더욱 쉽게 사라져 버리기 쉽다. 클릭 한번이면, 불에 태우는 것보다 더 확실하게 없애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을 선택한 이유는 편의성이다. 아날로그보다 좀 더 꾸준히 일기를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였다. 또한, 내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로 할 수 없었던 부분을 일기라는 제한된 매체를 통하여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을 이용하고 싶어서이다.

흔히들, 일기는 자신만의 비밀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하여, 자기 자신마저 속이는 것을 우려한 말이다. 이 일기장에도 내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내용을 감출 수 있는 기능은 있다. 하지만, 최대한 공개하려고 한다. 비밀이 많은 사람보다는 약점을 감싸줄 수 있는 친구가 많은 사람이 더 인생을 잘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