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샤워 했어

새벽까지 잠 안자고 그냥 빈둥되고 새벽을 맞이 하였다. 정말 더워서 땀이 차고 몸은 끈적끈적 하고... 그런데 온수는 안나오고... 참아야 하나, 해야 하나를 고심한 끝에 본능적으로 그냥 팬티 한장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고 말았다. 들어가고 나서도 홀라당 벗은 상태로 그냥 우두커니 서 있었다. 도저히 찬물을 몸에 델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었다.

일단, 머리는 감고 보자는 생각으로 머리를 감았다. 으~~ 차가워!! 잠이 확깨버린다. 너무 차가워서 린스는 생략할까 하다가 그냥 하는 김에 하자는 생각으로 했다. 쓰던 거 다쓰고 새로 엘라스틴 린스를 썼는데 향기가 괜찮다.

음... 머리 다 감고, 자, 이제 때가 왔다. 몸에 물을 델 것인가 안델 것인가로 고민을 했지만, 이미 씻기로 결정이 된거나 마찬가지였다. 이 끈적끈적한 상태로 옷을 입는다는 것 자체가 찬물을 데는 것 이상으로 괴로운 일이다.

발이랑 손부터 그리고 팔, 다리를 씻은 후에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가슴에다 샤워기를 가져갔다. 윽!! 한참동안이나 저절로 숨을 멈추게 된다. 등은 더 차갑네. 적응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새벽이라 온도 자체가 높은 것도 아닌데다가 워낙 찬물을 싫어하는 나로써는 정말 곤욕이었다.

아무튼, 별탈없이 샤워를 마치고 나니 날아갈 듯한 기분을 주체할 수가 없다. 앞으로도 그냥 참고 샤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듯 하다. 20일까지 이틀에 한번 딱 9번만 해야지. 8번 남았다.

추운 게 싫어서 훈련소도 여름에 가려고 그랬는데, 온수가 안나올 거 뻔하니까 겨울에 가는 것도 생각해 봐야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