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일주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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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훈이형 휴가차 포항 내려가는 데 낑겨가지구 할머니댁 들렀다가, 부산에 연미 만나고, 대구에 창교 만난 다음에 희환이랑 같이 서울로 올라오려던 계획이 부모님의 만류로 무산 되었다.
일단, 토끼 밥주고 똥치워줄 사람이 없다고, 엄마는 절대 그 짓 안하겠단다. 내가 보기에는 토끼는 귀여워 해주면서 궂은 일은 안하겠다는 논리인데, 엄마의 논리는 귀여워 해주는 것도 고맙게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뭐, 내집이 아니니까 할 말은 없지만, 엄마에 대해서 좀 실망스럽다. 억지로 허락없이 데리고 왔던 것에 대한 복수인가!
두번째 이유는 할머니가 귀찮아 하신다는 것. 부모님의 예상이었지만, 생각해보니 정말 그럴 것 같았다. 물론, 온다는 걸 오지 말라고 하시지는 않겠지만, 여자도 아니고, 가서 손하나 까딱 안할 날 밥 헤먹이시려면 고생이지뭐. 항상 고향같은 거라고 생각했던 할머니가 날 귀찮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뭔가 상실감이 찾아왔다.
여행 계획이 무산되자, 감정적으로 상당히 흥분된 상태가 되었다. 겉으로 들어내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사회에 대해서 공격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이렇게 감정적으로 평정심을 잃어본 적이 근래에 없는데... 인간 관계에 대한 회의가 그 원인일듯.
동훈이형한테 다시 전화해서, 이것저것 말했더니, 웃으며, 알았다고 한다. 웃음의 의미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