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하나 만드세요

등록금 고지서를 잃어버려서, 제발급을 위해 학교를 가야하겠지만, 차선책으로 인터넷을 이용하기로 했다. 정말 학교가기가 싫었다. 개강은 생각하기도 싫다.

한빛은행과 국민은행에 가서 잃어버렸던 인감때문에 몇가지 일을 처리하는데, 한빛은행 은행직원이 계속 카드 하나 발급 받으라고 한다. 한두번도 아니고, 수수료 면제 기간이라느니, 국민카드도 있는데, 자기네 것도 하나 만들라느니, 아무튼 짜증나게 만들었다. 국민은행보다 친절해서 좋게 느꼈는데, 계속되는 카드발급 권유에 만정이 떨어져 버렸다.

한빛은행만의 일은 아니다. 이미 카드수요는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어디가나 카드발급을 권하는 점포들이 많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갖가지 아이디어가 동원되곤 하는데, 가장 당황 스러웠던 것은 아이러브스쿨 학생증 사건.

아이러브스쿨에서 학생증을 만들어 준다는 배너광고를 보고, 그동안 소홀했던 아이러브 스쿨에 들어갔더니, 학생증이 바로 삼성카드란다.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다.

또 있다. 이번에는 유니텔 사건이다. 지금은 이용 유보중인데, 갑자기 전화가 와서, 유니텔 카드가 업그레이드 되어서 이용 유보자에게도 혜택을 준다고 한다. 그런데, 계속 말을 들어보니 유니텔 삼성카드 발급을 요구한다. 이런 식이다.

이렇게 아무한테나 카드를 발급해주니, 신용불량자가 양산되고, 자기네들 제정도 부실해지는 것 아닌가! 눈앞의 실적만 보고 달려드는 이런 행태들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그들이라고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행하는 것을 보면,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남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느낄 수 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