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en( 엑스맨 )

잠시 로맨틱 코메디에 빠져 있었던 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인지 잊고 있었다. 엑스맨2의 관람 이전에 오리지날 편을 본다는 목적으로 본 이 영화를 통해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의 장르가 무엇인지 확실히 인지하게 되었다. 난 이런 만화같은 슈퍼히어로 영화를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다.

작년 여름 스파이더맨보다 훨씬 강력하고, 게다가 좀 더 싸우는 이유가 그럴듯 하다. 스파이더맨이 자신의 강력한 힘을 선의를 위해서 사용하겠다는 이야기였다면, 엑스맨은 좀 더 많은 슈퍼히어로들을 등장시키면서 그들끼리의 싸움을 벌이도록 유도한다.

일반적으로 슈퍼히어로들이 만인의 존경과 부러움을 사는 설정과는 다르게, 엑스맨에서는 슈퍼히어로들의 탄생배경이 유전자 조작에 의한 돌연변이이고 이들은 인간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다. 결국, 그들은 인간들에게서 소외되고 인간을 증오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이러한 돌연변이들을 모아서 인간들과의 전쟁을 하겠다는 것이 에릭 렌서 박사이고, 돌연변이들의 우수한 능력을 인간들을 위해서 사용하고자 이들을 교육시키는 X-Men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 아니 슈퍼히어로 )이 찰스 교수이다. 영화는 분명하게 찰스 교수가 이끄는 엑스맨들의 관점에서 렌서 박사 진영을 처치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된다.

각각의 히어로들은 나름대로의 능력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두 진영과의 전쟁은 자신들의 능력을 얼마나 잘 발휘하나에 따라서 결정된다. 실제로 이들의 능력은 상성이 존재하여 A는 B에게 약하고 B는 C에게 약하며 C는 다시 A에게 약하게 된다. 단, 우두머리인 렌서와 찰스 교수는 열외다.

감독은 영화 중간중간에 돌연변이로 태어난 자들의 소외감과 그로인한 고통을 묘사하려 애썼지만, 관객의 흥미꺼리에는 별로 상관이 없는 듯하다. 관객들은 단지, 슈퍼 히어로들이 자신의 주특기를 어떻게 잘 살리는가, 히어로들끼리의 상성이 어떻게 존재하는가 등에 더 관심을 기울일 뿐이다.

알리시아 실버스톤 이후로 가장 좋아하는 배우였던 안나 파퀸이 피부 접촉으로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는 로그역으로 등장하는데,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까지 그녀가 안나 파퀸이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만큼 변해 있었으며, 이 변화가 그리 긍정적이지는 못하다. 피아노에서 해변을 천진난만하게 뛰어다니는 그녀의 모습도 아니었고, 아름다운 비행에서 거위떼들을 데리고 비행기를 운전하는 그녀의 모습도 아니었다. 아쉬울 따름이다.

마무리에서 이미 2편을 예고하는 씬들이 노골적으로 등장하는 만큼, 2편과의 연관성을 위해서 1편을 먼저 보고 2편을 보는 것이 영화를 즐기는 확실한 방법일 듯 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