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2 : 리로디드( Matrix Reloaded, The )

현실이 거짓이고, 꿈이 현실이라는 역설과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던 매트릭스, 그 후속편인 매트릭스2 리로디디가 한국에서 개봉되었다. 역시 엄청난 기대작이었기에 사상 최다 스크린수 확보, 이틀간 서울관객 25만명 확보라는 사실로도 그 여파가 굉장했다.

속편을 만드는 감독의 마음이야 다들 같겠지만, 전편이 워낙 호응이 좋고 화제가 된 탓에 와쇼스키 형제의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각종 분야에서 전편을 능가하하는 속편을 탄생하게 만들었다.

힘들게 총알을 피하다가 나중에 죽었다 살아나다시피 하고 난 후에는 아예 총알을 세워버려 관객들을 어이없게 만들었넌 네오( 키아누 리브스 )는 트리니티( 캐리앤 모스 )의 가슴에 박힌 총알을 빼내고, 죽은 트리니티의 멎은 심장을 다시 소생시키는 신의 경지에 도달하며 다시한번 관객들에게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무술실력 또한 향상되어 1편에서의 허접한 쿵후 실력이 꽤나 자연스러워졌다. 정말 통나무에서 대나무가 된 수준의 발전이었다.

1999년 매트릭스에서 보여준 컴퓨터 그래픽은 충격적일 만큼 기존의 특수효과를 능가하는 것이었다. 또한, 2003년 매트릭스 후속편에서 보여준 컴퓨터 그래픽은 전편에서 보여준 것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관객들의 눈높이는 이들보다 엄청난 발전을 하여, 왠만한 특수효과로는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한다. 매트릭스의 딜레마가 시작된 것이다. 아무리 멋진 컴퓨터 그래픽을 보여주어도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관객들의 눈을 충족시키기는 힘들고, 계속 컴퓨터 그래픽으로 승부를 하려다 보니 배우가 주목받지 못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도 매트릭스를 본 느낌은 컴퓨터 그래픽이 영화를 잡아먹었다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동양 무술과 사이버 세계의 만남이라는 전편의 주제에 더해서, 이번에는 동양 철학까지 가미하려 한다. 그러나, 이건 조금 오바인듯 하다. 관객에게 동양 철학을 이해시키려 노력하는 동안 관객들은 영화에 흥미를 잃어가기 시작한다. 게다가 이미 복잡할 대로 복잡한 상황에서 컴퓨터 공학 전공자들이나 이해할만한 객체지향언어의 특성까지 들먹이며 매트릭스 시스템을 설명하려고 하는 사이, 관객들은 빨리 키아누 리브스 싸우는 장면 안틀어주고 뭐하나 하는 불평만 쌓이게 된다.

동양 무술, 사이버 세계, 동양 철학, 매트릭스 시스템, 이런 것들을 능가하는 것은 사랑이다라는 조금 진부한 설정까지 추가되어 보여줄 건 많은데, 제대로 조합을 못하였다는 핀잔을 피해가기 힘들 듯하다. 네오와 트리니티의 사랑이 영화의 안정성을 높여주기는 하였다( 사실, 촬영기간 동안, 키아누 리브스와 캐리앤 모스가 꽤 불편한 사이였다고 한다 ). 모니카 벨루치의 대놓고 네오에게 키스하기 씬도 꽤 흥미로웠다.

여러 가지를 펼쳐놓고 조합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왠지 11월에 개봉될 매트릭스 3편 레볼루션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로 한정된 버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더 이상 업그레이드 할 수도 없을만큼 강력해진 네오의 능력이 3편에서는 얼마나 더 화려해질 지 궁금해진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