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호빵민박에 대하여...

수많은 우연의 연속에 의해서 불쑥 찾아가 방을 달라고 하여 9박 10일을 묵게된 호빵민박, 파리의 낭만에 나태해진 난 거의 매일밤 사람들과 술을 마셨고 이 집에 정이라는 것을 붙이게 되었다.

gentiily(발음은 장찌이에 가깝단다)역에 위치한 호빵민박은 지도상으로는 상당히 도심에서 떨어져 있지만, 교통편만 보면 그다지 걱정할 것이 없고, 파리 자체가 그리 큰 규모의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입지조건에서 나쁜 편은 아니다.

내가 호빵민박에서 가장 즐거웠던 점은 아마도 호빵민박의 주인장인 호빵형(다들 그렇게 부른다 )이 만들어 주는 한국음식일 것이다. 파리Out이 꽤나 보편적인 유럽여행코스이기 때문에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객들은 한국음식이 그리워질대로 그리워진 상태인데, 진수성찬의 한국음식이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제까지 경험했던 민박집에서 질적인 면을 충족시켜 주더라도 양적인 면에서 인색한 면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호빵민박의 음식인심은 정말 후했다. 저녁 늦게 들어와도 먹을 것이 남아 있을 정도로 넉넉하게 음식을 준비해 주었다.

굳이 다점을 꼽는다면, 호빵형의 부업인듯한 화장품 프로모션. 은근하면서도 끈질기다. 나도 결국에는 화장품하나를 샀다. 화장품 가격이 한국에 비해서 현저하게 저렴한 것은 사실이나 구매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좀 곤혹스럽다. 특히나 그다지 좋은 피부상태가 아닌 난 집중적인 타겟이 되었다. 그 밖에 벌레의 공격을 받은 객들이 많다는 소문이 나돌곤 하였는데, 직접 본 적은 없었다.

마음에 쏙드는 민박이 어디 있겠는가! 그저 인심좋고 객들과 잘 어울릴 환경이 조성되면 그게 좋은 것 아니겠는가! 파리가 좋았다면 그 이유 중 적어도 10%는 민박집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