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공포영화 링이 히트를 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개체에 의해서 공포가 조성됨으로써 실제로도 그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만드는 공포와의 밀착성 때문이었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휴대폰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 휴대폰이 공포의 대상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물론, 지속적인 전화 스토킹에 시달린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휴대폰을 공포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정상적인 정신 상태에서는 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영화 폰이 우리가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휴대폰을 공포의 대상으로 만들어 공포를 조성하려는 의도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에 의도적이라면 그 의도는 실패다. 이 영화를 끝까지 보면서, 휴대폰에 의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피를 뿌리지만, 우리는 휴대폰에 의해서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느끼기는 힘들다. 폰이 공포의 시발점은 될 수 있어도 공포의 대상으로까지 확장되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저주받은 번호를 받은 사람은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발상은 괜찮았지만, 이를 연출하는 능력은 그저 그렇다. 인공수정과 원조교제까지 들먹이면서 일을 크게 벌여놓고 결론은 약간 방향을 바꿔서 "이게 반전이다!"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감독의 얄팍한 의도가 너무나 뻔하게 들어난다. 이 반전을 알아채지 못했더라도 아, 이럴수가!라는 생각보다 뭐 그럴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머무르게 만든다.

그 조그마한 꼬마 여자아이의 눈 뒤집는 연기만은 칭찬해줄 만하다. 어린 나이가 무색할 만큼 태연하게 귀신들린 연기를 해내는 것뿐만 아니라 아빠에게 키스하는 장면은 실제로 저 아이가 엘렉트라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게할 정도다. 반면에 다른 배우들은 마치 무뚝뚝한게 무서운 거라고 착각을 하는지 기대이하의 연기력으로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