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어데블( Daredevil )

daredevil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daredevil a. 무모한, 겁없는, 두려움이 없는

등의 말로 표현된다. 특별히, 땡기는 구석이 없는 영화 제목이다. 원제도 Daredevil이라니... 그러나, 우연하지 않게, 동영상을 돌려보는 도중 꼬마아이의 훌륭한 싸움 솜씨에 빠져, 처음부터 틀어보게 된다.

인간은 보통 5감을 가지고 있다( 6감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도 있기는 하지만... ). 이중에서도 시각에 상당히 많이 의존한다며 따라서, 시작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 데 상당한 지장을 받게 된다.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들 중에서 장님이 가장 많은 것도 시각에 대한 중요성과 연관되어 있다.

어릴 적 방사성 폐기물 때문에 시력을 잃었으나, 대신 청각을 비롯한 나머지 감각의 성능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극대화 시킨 인물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데어데블이라고 불리우는 매트 머더( Ben Affleck )! 이로써, 2003년 또하나의 슈퍼 히어로가 탄생하게 된다.

대부분의 슈퍼 히어로 영화들이 말이 안되는 이야기이면서도 재미있는 것은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논리적으로 타당성 있게 보여주려는 감독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데어데블도 마찬가지로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지만,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과 시력 장애라는 두 요소를 잘 가미하여 좀 더 인간미 넘치는 슈퍼 히어로를 만드려는 노력을 볼 수 있다.

데어데블은 다른 슈퍼히어로 수준의 초능력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다만, 시력을 잃은 대신 남들보다 더 뛰어난 다른 지각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대신, 악당들도 비교적 인간 수준에서 일을 벌이게 된다.

데어데블의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바로 영화의 스케일을 줄여버리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빌딩 숲 오르내리는 능력이 스파이더매에 미치지 못하고, 하늘을 날지도 못하며, 베트맨 같은 폼나는 차량도 없다. 즉, 힘을 발휘하는 지역적 한계를 가지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신 히어로보다 좀 더 감성적인 비주얼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비가 오면 청각을 이용해 사랑하는 여자의 얼굴을 보는 장면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이밖에도 청각을 대체시각으로 이용해서 관객들에게 데어데블이 느끼는 지각을 시작적으로 표현해주는 장면들은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훌륭한 능력을 치안유지에 보태겠다는 의지를 보이면 히어로가 되는 것이고, 이를 악용하면 악당이 되는 것이라는 간단한 진리를 다시한번 느끼게 하면서, 또, 후속편도 기대하라는 메시지를 남기면서 영화가 막을 내릴 때까지 아름다운 청각을 즐길 수 있게 해준 감독에게 감사한다.

그린 마일에 나왔던 그 큰 거구( Michael Clarke Duncan )가 이번에는 악당으로 등장해서 눈길을 끌었다.

이상욱